올해 3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근처 빌라 반지하에서 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수개월이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 옆에는 소주병과 담뱃갑이 널브러져 있었다. 월세, 공과금은 3개월째 밀린 상태였다. 반년 넘게 직업이 없었던 이 남성은 작년 말 긴급 복지 지원을 신청하기 위해 주민센터를 찾았지만, ‘예산이 소진됐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고독사 사망자가 전년보다 7%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0, 60대 남성이 고독사 사망자 2명 중 1명을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27일 보건복지부 ‘2024년도 고독사 발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독사 사망자는 2023년 3661명에서 지난해 3924명으로 7.2% 증가했다. 전체 인구 10만 명당 고독사 사망자 수도 2023년 7.2명에서 2024년 7.7명으로 증가했다. 고독사는 가족·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 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자살, 병 등으로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고독사 사망자 대다수는 남성(81.7%)이었다. 성별과 연령대별 사망자 현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중장년 남성이 고독사에 가장 취약했다. 60대 남성 고독사 사망자 수는 1089명(27.8%)으로 가장 많았고, 50대 남성 고독사 사망자 수가 1029명(26.2%)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가족이 사망자를 발견한 경우는 2020년 34.8%에서 지난해 26.6%로 감소했다. 지인이 발견한 경우도 14.5%에서 7.1%로 줄었다. 대신 집 주인이나 경비원(28.4%→43.1%), 보건복지 서비스 종사자(1.7%→7.7%)가 발견하는 상황은 증가했다. 그만큼 가족, 지인과 관계가 끊긴 사람들이 많다는 걸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의 증가가 고독사 사망자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1인 가구 비율은 2023년 35.5%에서 지난해 36.1%로 증가했다. 지역 공동체 의식 약화, 느슨해진 대면 관계, 배달·플랫폼 노동 위주의 일자리 구조 변화 등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자식, 배우자로부터 소외당하는 경우도 여성보다 남성이 많다.
중장년 남성 고독사가 많은 이유로는 이들이 겪는 심리적 어려움이 꼽힌다. 우경미 복지부 지역복지과장은 “중장년 남성 특성상 타인에게 어려움을 토로하거나 상담을 받는 일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자의든 타의든 직장을 그만두고 가족 간 불화를 겪거나 소외감을 느껴 홀로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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