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수로서 휴대폰 보며 딴짓…방향 전환 못해 ‘쾅’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20일 11시 47분


좌초 여객선 일등항해사-조타수 긴급체포
수동운항 대신 자동모드에 맡겨
위험해역서 조타실 비운 선장도 입건

항로 이탈한 퀸제누비아2호
19일 오후 8시 16분경 승객과 선원 267명을 태운 채 제주에서 전남 목포로 향하던 2만6546t급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전남 신안군 장산면의 무인도인 족도 남쪽에 좌초돼 있다. 구조를 돕기 위해 출동한 목포해경 헬기가 여객선 위로 서치라이트를 비추고 있다. 목포해양경찰서 제공
항로 이탈한 퀸제누비아2호 19일 오후 8시 16분경 승객과 선원 267명을 태운 채 제주에서 전남 목포로 향하던 2만6546t급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전남 신안군 장산면의 무인도인 족도 남쪽에 좌초돼 있다. 구조를 돕기 위해 출동한 목포해경 헬기가 여객선 위로 서치라이트를 비추고 있다. 목포해양경찰서 제공
19일 밤 전남 신안군 인근 해상에서 승객과 선원 267명이 탄 여객선이 무인도에 좌초된 사고는 1등 항해사가 휴대전화를 보는 등 한눈을 팔다가 난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은 선장과 일항사,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 등 3명에 대해 중과실 치상 혐의로 입건했다.

김황균 목포해양경찰서 수사과장은 20일 브리핑에서 “자동 조타가 안 되는 구간인데 무슨 이유로 수동으로 바꾸지 않았는지 확인했다”며 “일항사는 (휴대전화로) 네이버 뉴스를 보고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당초 일항사는 ‘변침 시점이 늦었다. (방향)타기가 말을 듣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이후 진술을 번복했다고 한다.

사고 발생 지점은 수심과 항로 폭이 좁은 협수로로, 통상 협수로에 들어가면 자동 항법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다. 일항사가 휴대전화 등 딴짓을 하다가 변침 시점을 놓치면서 사고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김 과장은 “본인이 하는 진술일 뿐”이라며 “휴대전화를 입수해서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언제부터 자동 조타로 놓고 휴대전화를 봤는지 등은 포렌식을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해운조합 직원들이 20일 오전 전남 목포시 삼학부두에서 좌초로 인해 선체 하단이 일부 파손돼 정박 중인 퀸제누비아2호를 살펴본 뒤 이동하고 있다. 2025.11.20 목포=뉴시스
한국해운조합 직원들이 20일 오전 전남 목포시 삼학부두에서 좌초로 인해 선체 하단이 일부 파손돼 정박 중인 퀸제누비아2호를 살펴본 뒤 이동하고 있다. 2025.11.20 목포=뉴시스
해경은 선장과 일항사, 조타수 등 3명을 중과실 치상으로 입건했다. 또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고 일항사와 조타수를 긴급체포했다. 김 과장은 “사고 관계자들의 휴대전화 포렌식이 필요하고 수사 압박을 느낀 이들의 도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긴급체포를 할 경우 현장에서 바로 휴대전화를 압수할 수 있어서 긴급체포했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또 선장은 규정상 근무시간이 아니더라도 협수로에서는 재실해야 하지만, 당시 조타실에서 자리를 비운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은 선장에 대해 조사 후 신병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해경은 여객선이 좌초되기 전 해상교통관제(VTS)와 교신한 내용이 없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목포 VTS는 사고 당시 이상 징후를 감지하지 못했으며 사고 전 교신 기록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과장은 “VTS에서 사고를 사전에 인지하거나 예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VDR(선박운항기록장치)과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하면 항로가 명확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항사는 8년 전 퀸제누비아2호 운영사인 씨월드고속훼리에 입사했으며, 2023년부터 퀸제누비아2호에 일항사로 승선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타수는 지난해 12월 내항선원으로 들어와 일하고 있고, 취업 전 근무 경력은 18년으로 확인됐다.

전남 신안 해상에서 좌초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20일 전남 목포시 산정동 삼학부두에 정박해 있다. 사진은 사고 부위의 모습. 2025.11.20 뉴스1
전남 신안 해상에서 좌초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20일 전남 목포시 산정동 삼학부두에 정박해 있다. 사진은 사고 부위의 모습. 2025.11.20 뉴스1
해경은 선체 결함 확인을 위해 한급선급,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현장 합동감식도 진행할 예정이다.

전날 오후 8시 16분경 제주에서 목포로 향하던 2만6546t급 국내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신안군 장산면의 무인도인 족도 남쪽에 좌초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여객선에는 승객 246명과 선원 21명이 타고 있었고, 차량 118대가 실려 있었다.

해경은 함정 총 20여 척과 헬기를 급파해 구조에 나섰고, 사고 발생 3시간여 만인 오후 11시 27분경 267명이 전원 구조됐다. 당시 충격으로 통증을 호소한 승객 30명이 병원으로 분산 이송됐으며, 이 중 3명은 입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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