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연습중 교통사고 60대, 장기기증으로 5명 살리고 떠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3일 11시 58분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마라톤 연습 중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에 빠진 60대가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9월 19일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에서 김남연 씨(62)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고 13일 밝혔다.

김 씨는 9월 14일 새벽 마라톤 연습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김 씨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는 매일 새벽 4시에 나와 17km를 2시간 동안 달리며 마라톤 연습을 했다.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45분 안에 뛰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매일 연습하던 그의 열정을 알기에 가족들의 안타까움은 더했다.

김 씨는 평소 가족과 지인들에게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똑같이 흙으로 돌아가는데 생명나눔을 통해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생애 가장 큰 행복일 것”이라고 자주 이야기했다고 한다.

가족들은 김 씨가 2009년도에 기증 희망 등록을 했고, 평소 생명나눔을 하고자 했던 마음이 컸던 것을 알기에 기증을 결심했다. 김 씨는 뇌사 장기기증으로 폐장, 간장, 신장(양측), 안구를 기증해 5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

경상북도 성주군에서 3남 3녀 중 다섯째로 태어난 김 씨는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인해 일찍 일을 시작해 도로 정비 시공부터 공사 현장 일용직 등 다양한 일을 해왔다. 최근에는 산불 지킴이(공공근로)와 건설 현장 근로자로 근무했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성실하고 주변을 두루 잘 챙기는 자상한 성정을 지닌 김 씨는 수화 자격증을 취득해 주변의 청각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고, 반려견 3마리와 함께 생활하는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김 씨의 형 김홍연 씨는 “남연아,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린다는 멋진 생각을 한 것도 대단하지만, 이렇게 생명나눔을 하고 떠난 너를 보니 자랑스럽구나. 아프고 힘든 사람들의 몸으로 가서 숨을 쉬고 빛을 보게 하다니, 너의 뒷모습이 대단해 보이네. 모든 걸 주고 갔지만, 모든 걸 가진 내 동생. 고맙고, 하늘에서 편히 쉬면 좋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또 김 씨의 가족들은 “남연이가 기증으로 다른 사람을 살린 것처럼, 우리도 그 뜻을 함께하고자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고 힘든 생활에 처한 다른 기증자의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후원하고 싶다”며 기부금 전달도 약속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뇌사장기기증#미담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