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홀’ 된 옛 하수처리장… 낡은 옷 벗고 시민 품으로

  • 동아일보

[위클리 리포트] 폐허로 변한 지역 랜드마크
흉물에서 명소로… 버려진 공간의 반전
경의선숲길, 역사-예술 어우러져… 獨 베를린, 시민 투표로 공원 유지
“지역 고유성 살려야 지속 가능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성남물빛정원 뮤직홀’ 내부 모습. 이곳은 1997년 150억 원을 들여 지은 하수처리장이었지만 주민 반발로 한 번도 가동되지 못한 채 28년간 방치되다가 올해 뮤직홀로 탈바꿈해 재개장했다. 동아일보DB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성남물빛정원 뮤직홀’ 내부 모습. 이곳은 1997년 150억 원을 들여 지은 하수처리장이었지만 주민 반발로 한 번도 가동되지 못한 채 28년간 방치되다가 올해 뮤직홀로 탈바꿈해 재개장했다. 동아일보DB
도심 속 흉물로 방치됐던 건축물이 리모델링을 거쳐 새롭게 태어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과거 폐철도나 하수처리장, 폐공항 등으로 방치됐던 시설이 리모델링을 거쳐 공원이나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버려진 공간은 방치될수록 도시의 상처가 되지만, 제대로만 손보면 시민의 일상이 스며드는 열린 공간이 된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폐철도 부지를 공원으로 탈바꿈시킨 서울 ‘경의선숲길 공원’이다. 1906년 개통된 경의선 철도는 한 세기 넘게 수도권과 서북부 지역을 잇는 주요 노선이었다. 그러나 2005년 지하화 공사가 완료되면서 지상 철길이 폐선으로 남았고, 좁고 길게 이어진 부지는 활용이 어려워 한동안 도심 속 흉물로 방치됐다.

전환점은 서울시가 폐선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경의선숲길’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면서 찾아왔다. 2016년 완공해 시민에게 개방한 공원 일대는 현재 역사와 예술, 휴식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재탄생해 서울시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다양한 예술가가 합류해 개성 넘치는 공예품 가게와 갤러리, 카페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구간마다 서로 다른 매력을 뽐낸다. 원효로 구간에는 쇄석과 침목이 깔린 산책로 위로 옛 철길과 화차, 히스토리월이 보존돼 있고, 신수동∼와우교 구간은 옛 철길의 감성과 홍대·신촌의 젊은 기운이 어우러진다. 연남동 구간은 ‘연트럴파크’로 불리며 분위기 좋은 카페와 편집숍이 즐비하다.

하수종말처리장을 문화시설로 재탄생시킨 사례도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의 ‘성남물빛정원 뮤직홀’은 1997년 150억 원을 들여 완공된 하수처리장이었다. 하지만 주민 반발로 한 번도 가동되지 못한 채 28년간 방치됐다. 성남시는 이 공간을 리모델링해 시민을 위한 공연장과 휴식 공간으로 바꿨다. 주변에는 산책로와 카페가 조성돼 낮에는 산책 명소, 밤에는 빛과 음악이 어우러진 야경 명소로 탈바꿈했다.

해외에도 비슷한 사례들이 있다.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템펠호프 공원’은 도심에 위치한 폐공항 부지를 2010년 시민들의 휴식 공간인 공원으로 탈바꿈한 사례다. 공항이 폐쇄된 후 원래는 해당 부지를 대규모 주택 단지와 비즈니스 시설로 재건축할 예정이었지만 시민 투표를 통해 해당 지역을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원으로 남기기로 결정했다. 오늘날 이 공원은 베를린 시민의 여가와 공동체 활동의 중심지로 사랑받고 있다.

오동훈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방치된 공간은 도시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해충이나 범죄 등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도시의 랜드마크가 흉물로 남지 않으려면 지역의 고유한 특성과 장소성을 살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하수종말처리장#템펠호프 공원#경의선숲길 공원#성남물빛정원 뮤직홀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