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올해 대법 민사사건 70%, 선고도 없이 기각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17일 18시 25분


가사 사건 86%, 행정 사건 78%
상고심 접수 4개월내 ‘심리불속행’
與 “대법관 증원” 법조계 “상고법원 도입”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동아일보 DB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동아일보 DB

최근 대법원에서 처리된 사건의 심리불속행 기각 비율이 70~80%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불속행은 대법원 상고심 접수 후 4개월 이내에 구체적인 판결 없이 기각하는 제도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6월 대법원에서 처리된 민사 본안 사건은 6072건으로 이 가운데 70.2%인 4265건이 심리불속행 기각 처리됐다. 이는 수천 건 이상 이유 없는 소송을 반복하는 ‘소권남용’ 사건은 제외한 통계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로 범위 넓히면 그 비율은 6만6754건 중 4만7105건(70.6%) 수준이다. 가사 본안 사건은 올해 처리된 사건 315건 중 272건(86.3%)이, 행정 본안 사건은 2138건 중 1675건(78.3%)이 심리불속행 기각 처리됐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일종의 ‘간이 판결’로, 형사 사건을 제외하고 상고 이유에 관한 주장이 헌법이나 법률, 대법원 판례 위반 등을 포함하지 않는 경우 추가적인 심리를 진행하지 않고 기각 판결을 내리는 경우를 의미한다. 별도의 선고를 하지 않고, 판결에 그 사유를 적지 않을 수 있다. 기간은 상고 기록을 접수한 지 4개월 이내로 제한된다. 대법원이 매해 수만 건가량의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제도라는 의견이 크지만, 당사자가 판결의 이유도 모른 채 기각 판결을 받게 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대법관 증원’ ‘상고 법원 도입’ 등을 통해 대법원 심리를 충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기표 의원은 “대법원은 매년 4만 건이 넘는 상고 사건을 처리하면서, 대부분을 형식적으로 기각한다”며 “심리불속행 기각 제도로 재판 효율을 높일 수는 있지만, 남용되면 국민 재판권이 침해된다. 대법원이 실질적 법률심으로서 제 기능을 회복하려면 대법관 증원은 필수”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상고법원 도입’ 등 다른 대안을 포괄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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