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지역사회 건강과 질병’에 실려
전체 성인 중엔 4% ‘비전형 자살위험군’
세종·인천 등 높아…사회적 지지도 연관
“사회 연결망 강화·지역 맞춤 대응 필요”
ⓒ뉴시스
우리나라 자살률이 22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1위라는 불명예에 오른 가운데, 전체 성인의 4%는 자살 생각을 하면서도 우울감은 보이지 않는 ‘비전형적 자살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자살위험군 중 비전형적 자살위험군은 절반을 넘었다.
비전형적 자살위험군이 전체 자살위험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우울증 중심의 기존 자살 예방 정책에서 벗어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질병관리청의 ‘지역사회 건강과 질병’에 실린 ‘우울하지 않아도 자살 생각이 있다: 비전형적 자살 위험군의 존재와 지역사회 대응 필요성’ 보고서를 보면 전체 성인 중 비전형적 자살 위험군은 약 4.1%에 달한다. 인구수로 환산하면 160만명 수준이다.
우울증, 무기력, 사회적 고립 등을 경험하거나 과거 자살 시도 경험자 등 전형적인 자살위험군과 달리 비전형적 자살위험군은 겉으로 괜찮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살 위험이 큰 사람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자살 생각과 우울감 문항이 포함된 2008년, 2009년, 2013년, 2017년, 2021년, 2022년, 2024년 지역사회건강조사 자료를 활용해 작성됐다. 자살 생각은 ‘최근 1년간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는가’를, 우울감은 ‘2주 이상 지속된 슬픔이나 절망감 경험 여부’를 기준으로 했다. 이후 자살 생각은 했지만, 우울감은 보고하지 않은 응답자를 비전형적 자살위험군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전체 자살위험군 중 비전형군의 비율은 2008년 48.9%에서 2013년 65.2%로 급증한 이후 57% 안팎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자살위험군 중 우울감이 없는 응답자는 전체의 58.8%에 달했다.
전체 성인 중 비전형적 자살위험군은 지역 간에도 차이가 있었다. 강원(4.0%), 경북(4.1%), 전북(4.6%), 충남(5.8%) 등 농촌 및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3.5%), 대구(3.3%), 광주(3.3%), 대전(3.1%) 등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세종은 7.4%, 인천 6.0% 등은 전국에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성인 중 비전형군 자살위험군이 단순히 농촌 고령층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도시 지역 내 취약계층에도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셈이다.
비전형적 자살위험군의 사회적 지지 및 지역사회 요인과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해 사회적 연결망 변수가 조사된 2013년과 2017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전형군 위험이 정서적 지지가 부족한 경우에는 1.18배, 사회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경우에는 1.60배, 지역사회 신뢰수준이 낮은 경우 1.69배 늘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노례 인제대학교 보건대학원 석좌교수는 “비전형적 자살위험군은 전체 자살생각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기존 정책 체계로는 식별되지 않는 구조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농촌과 도시를 막론하고 지역별로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으며 사회적 지지와 지역사회 신뢰와 같은 외부 요인이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한 사회적 연결망 강화, 지역별 특성에 맞춘 맞춤형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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