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최연소 합격자로 화제를 모았던 박지원 씨(33). 유튜브 채널 ‘스토디오 샤’ 영상 캡처
사법시험 최연소 합격자로 화제를 모았던 박지원 씨(33)가 8년간의 변호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통번역이라는 새로운 꿈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대 재학생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스토디오 샤’에는 최근 ‘20세 사법고시 합격자가 김앤장을 그만둔 이유’라는 제목으로 박 씨의 이야기가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박 씨는 2012년 제54회 사법시험에서 만 20세의 나이로 합격했다. 당시 서울대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그는, 법무부가 사법시험을 관장한 2002년 이후 역대 최연소 합격자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박 씨는 이에 대해 “부모님이 어릴 때부터 욕심이 과했던 것 같다”며 “친구들은 91년생인데, 저는 92년 3월생인데도 한 해 일찍 학교를 들어갔다”고 했다. 이어 “다른 최연소 합격자들과 같이 대학교 3학년 때 시험에 붙었는데, 한 살 더 어렸어서 그런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누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사법시험을 준비하게 된 계기 역시 부모님의 권유였다고 밝혔다. 박 씨는 “고등학생 때 진로 고민을 해볼 기회가 별로 없지 않나”라며 “부모님이 일단 경영대에 가서 바로 사법시험 준비를 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2학년 때부터 준비해서 3학년 때 합격했다”고 전했다.
이어 “어떻게든 빨리 붙어서 이 괴로운 고시 생활을 청산하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컸다”며 “하루라도 빨리 붙어서 다시 자유를 찾아야겠다는 일념으로 공부해서 운 좋게 빨리 합격했다” 회상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박 씨는 국내 대형 로펌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입사해 변호사로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8년간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누렸고, 결혼과 두 아이의 출산이라는 소중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기도 했다.
사법시험 최연소 합격자로 화제를 모았던 박지원 씨(33). 유튜브 채널 ‘스토디오 샤’ 영상 캡처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성공’한 삶 속에서도 박 씨는 끊임없는 내적 질문에 시달렸다. 그는 “부모님이 시켜서 공부했다가 운 좋게 사시에 붙었고, 연수원에서 적당히 공부하고 어리니까 김앤장에 가게 됐다”며 “앞으로 30~40년을 더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있었다”고 했다.
그런 박 씨에게 전환점이 된 건 통역사와의 협업 경험이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원래 언어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이 있었다”며 “그걸로 어떤 직업을 할 수 있는지 알지도 못했고, 고민해 볼 계기조차 없었는데 통역하는 걸 보면서 ‘나도 즐기면서 일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둘째를 출산한 2022년 박 씨는 새로운 열정이 솟아났다고 한다. 조리원에서 2주를 지낸 뒤 통번역대학원 입학을 위한 인터넷 강의를 듣기 시작한 것이다.
박 씨는 “평생 원치 않는 직업을 해야 될 운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열망이 불타올랐다”며 “고시 때처럼 공부했더니 대학원에 붙었다”고 했다.
하지만 통번역대학원 합격 후에도 고민은 있었다. 그는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둬도 될까, 고민이 많이 됐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돌아봤을 때 ‘인생으로 치자면 대학원 2년 별것 아닌데, 그것도 왜 못 해봤을까?’라고 후회할 것 같았다. 과감하게 눈 딱 감고 질렀다”고 했다.
현재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학생이 된 박 씨는 당시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잘하는 걸 할 때 성공하기 좋은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를 모르는 게 더 큰 문제다. 기회를 많이 열고 이것저것 시도해 본다면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