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급? 졸업 1년 늦어질뿐” 의대생 수업 거부 여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5일 14시 24분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의 모습. /뉴스1
연세대 의대가 15일 본과 4학년의 최종 유급 대상자를 확정하고 본과 1~3학년 유급 예정자를 결정해 유급 예정 통보서를 보낼 예정이다. 각 의대에서 의대생 집단 유급이 가시화 되고 있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수업을 거부 중이다. 지난달 제적 위기에 닥쳤을 때 끝내 등록금을 납부하거나 복학 신청을 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제적되면 재입학이 사실상 어려운 것과 달리 유급은 졸업이 1년 늦어진다. 때문에 제적 위기 때와 달리 의대생 사이에선 단일 대오를 깨는 것보다 유급 처분을 받아들이겠다는 분위기가 상당하다.

이날 연세대 의대는 출석일수가 모자라 F학점이 나갈 수밖에 없는 본과 1~3학년에게 유급 예정 통보서를 보낼 방침이다. 학교 측은 몇 명에게 유급 예정 통보서를 보낼 예정인지 밝히지 않았다. 7일 유급 예정 통보서를 발송했던 본과 4학년의 경우 이의신청을 거쳐 최종 유급 대상자가 확정된다. 40개 의대 중 본과 1~4학년 전부에게 유급이 결정된 것은 연세대가 처음이다.

의대생에게 유급이 통보된 것은 지난해 2월 의대생이 정부의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동맹 휴학으로 수업을 거부한 이후 최초다. 지난해는 교육부가 어떻게 해서든 학생들이 돌아오기만 하면 유급이나 제적 없이 진급시켜 주겠다고 하다가 결국 동맹 휴학을 받아주기까지 했다. 교육부와 각 의대는 올해는 증원된 신입생도 입학한 만큼 수업 거부 시 학칙대로 처리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그 강경책이 이제 시작된 것이다.

의대생 유급 예정 통보를 앞둔 대학은 계속 나오고 있다. 각 수업 총 수업일수가 제각각 다르지만 이 시점부터 수업일수 3분의 1 혹은 4분의 1 시점에 도래한 의대가 많아서다. 이 기간동안 결석하면 학점을 부여할 수 없다는 학칙이 대부분이고, 의대는 한 과목만 F학점이면 유급된다.

이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본과 4학년 유급이 결정되는 대학은 총 32곳이다. 15일까지 본과 4학년의 유급이 결정되는 대학은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인하대 등 13곳이고, 30일까지는 19곳이다. KAMC는 이날 “의대 학사 정상화라는 정부 목표는 확고하며 새 정부 출범과 무관하다”며 “특히 본과 4학년은 유급이 결정되면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원서접수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유급이 시작됐지만 학생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유급은 제적보다 두렵지 않다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의대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유급되더라도 수업 거부에 대한 자녀 선택을 존중한다는 분위기다. 한 학부모는 “똑똑한 애들이라 유급돼도 내년부터 다시 공부하면 된다”며 “같은 학년이 전부 유급되는 건데 혼자만 진급되면 동기와 선배들 사이에서 어떻게 버티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같은 학년 내에서 유급되는 자와 진급되는 자가 갈리는 상황은 학생들이 민감해하는 만큼 출석하는 학생이 많아지면 유급을 피하기 위해 단일대오가 깨지기 쉬울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한편 대부분의 의대가 학생들이 얼굴 드러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점을 고려해 온라인 강의 중인데 역시 익명성을 보장해 대학마다 복귀율을 집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익명으로 수업을 듣게 보장해 줘도 학생 대부분이 수업을 거부 중인데 출석하는 소수의 학생 수치도 알기 어려운 것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개인이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온라인 강의나 자료 다운로드를 하게 해서 학교도 수치를 알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학생들 수업 거부가 장기화되고 온라인 강의 복귀율 집계도 어려운 점 때문에 교육부도 난감하다. 의료계가 하루빨리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동결을 발표해달라고 요구하는 가운데 교육부는 계속 학생 복귀율을 조금 더 봐야 한다며 발표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의대#의대생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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