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텔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과학수사대 화재감식팀, 소방 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립재난안전원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이곳에서 발생한 화재로 작업자 6명이 목숨을 잃었다. 2025.2.16 뉴스1
14일 6명의 근로자가 숨진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리조트 공사장에서 근로자들이 실제 화재경보음을 ‘시험용 경보’로 오인해 대피가 늦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인명 피해 규모가 커진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17일 경찰과 소방 당국, 현장 근로자 등의 증언을 종합하면 14일 오전 발화가 시작된 리조트 B동 PT룸(배관 관리·유지·보수 공간) 주변의 1층 내부에서 자동화재탐지설비(화재경보기)가 작동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지상 1층에서 화재경보기의 경보음이 울렸다는 근로자 등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PT룸은 대부분의 사망자가 발견된 곳이다.
화재경보음이 울렸음에도 6명의 근로자가 대피하지 못하고 사망한 데 대해 이달 10일부터 있었던 화재경보기 자체 점검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반얀트리를 준공한 시공사는 이달 10일부터 19일까지 건물에 대한 자체 점검을 시행 중이었다. 불이 난 14일에도 화재경보기와 소화기구, 통로유도등, 스프링클러 등 10여 개 분야의 소방시설이 작동하는지 테스트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관계자는 “10일 자체 점검 시작 뒤부터 인테리어 공사가 이뤄지는 리조트 내부에 수시로 화재경보기의 경보음이 울려댔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실제 불이 나 화재경보기가 작동됐음에도 상당수 근로자가 점검이 진행되는 것으로 착각해 계속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을 수 있다”고 했다. 숨진 근로자들은 불이 번지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고서야 뒤늦게 빠져나오려고 하다가 유독가스를 흡입하고 쓰러졌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PT룸에 있던 근로자들의 경우 실제 화재경보음과 자체 점검 경보음 모두를 듣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임옥근 동아대 경찰학과(화재 안전 분야) 교수는 “화재경보기의 경보음이 90dB(데시벨) 이상으로 크지만 배관 절단 등의 작업 소음이 PT룸에서 더 크게 발생했다면 근로자들이 경보음 자체를 듣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은 시공사와 작업 관리자 등 공사 관계자를 조사하고 안전 관련 의무를 어긴 것으로 나타나면 관련자에게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 등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7일 오전 경남 양산시 부산과학수사연구소에서 사망한 근로자 6명에 대한 부검을 시행한 결과 “전원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화재사에 부합한다는 부검의의 구두 소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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