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후 고금리-내수침체 직격탄”
60대 이상 대출 1년새 24조 늘어
채무불이행 52%↑, 전 연령층 최대
당국 “내달부터 은행통한 금융지원”
경남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40대 자영업자 A 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손님이 줄어 2022년 식당을 내놨지만 번번이 계약이 불발됐고, 이듬해가 되어서야 정리할 수 있었다. 식당을 정리하는 동안에도 임차료 같은 고정비용은 내야 해서 대출은 불어났고 일부는 갚지 못해 연체됐다. A 씨는 최근까지도 이자를 갚고 있다.
고금리와 내수 침체 영향으로 지난해 금융기관에 진 빚을 갚지 못한 자영업자가 전년보다 3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무 불이행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도 30조 원을 넘어섰다. 금융 당국은 다음 달부터 연체·폐업 위기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금융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16일 신용평가기관 나이스평가정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에게 제출한 ‘개인사업자 채무 불이행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자영업자·기업 대출을 보유한 개인) 335만8956명의 금융기관 대출금액은 1122조7919억 원으로 전년보다 7719억 원(0.1%) 늘었다.
전체 대출은 소폭 늘었지만 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을 연체한 이들은 15만5060명으로 1년 년보다 4만204명(35%) 급증했다. 이들이 진 빚 규모도 30조7248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7조804억 원(29.9%) 늘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빚이 늘어난 자영업자들이 이후 본격화된 금리 인상 유탄을 피하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미국이나 영국처럼 직접 지원이 아닌 대출 연장, 신규 대출 등을 통한 간접 지원을 주로 시행했다.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0.5→0.75%)을 시작으로 2023년 1월(3.5%)까지 상승하자 버티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린 셈이다.
여기에 내수 침체 장기화로 빚을 갚을 최소한의 체력도 키우지 못한 상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2.2% 줄며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있던 2003년(―3.2%) 이후 21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2022년 이후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는데, 이는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고령층 자영업자의 대출 부담은 더 큰 상황이다. 지난해 말 60대 이상 개인사업자의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372조496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4조7303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다른 전 연령대에서 대출 잔액이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20대 이하의 대출 잔액은 1조9030억 원 줄었고, 30대와 40대도 각각 6조4589억 원, 12조9124억 원 감소했다. 50대 역시 2조6843억 원 줄었다.
대출 규모가 늘면서 고령층 채무불이행자 수와 대출 잔액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60대 이상 채무불이행자 수는 1년 새 2만795명에서 3만1689명으로 52.4% 늘어 다른 연령대의 증가세를 압도했다. 60대 이상 채무불이행자가 보유한 대출금액도 같은 기간 5조1840억 원에서 7조8920억 원으로 52.2%나 늘었다.
금융 당국은 시중은행을 통한 금융 지원을 준비 중이다. 은행권은 상생 금융 목적으로 연체, 폐업 위기 등 자영업자 25만 명에게 올해부터 연 7000억 원, 3년간 2조 원 안팎 규모의 금융 지원에 나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은행들은 대출 상환이 어려운 자영업자에게 금리를 낮추거나 최장 10년 동안 나눠 갚을 수 있도록 채무조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사업을 정리한 후에도 남은 빚을 장기간에 걸쳐 낮은 이율로 갚을 수 있는 폐업자 저금리·장기 분할 상환 프로그램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다음 달부터 연체·폐업 위기 자영업자들을 위한 금융 지원 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며 “이르면 이달 말부터 신청을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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