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퇴직후 일용직 60대 가장도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7일 03시 00분


딸 “아빠 떠난 사실 믿어지지 않아
사고 원인 낱낱이 밝혀야” 오열

“영안실에서 아빠를 봤는데 이마에 상처 외에는 큰 외상이 없었어요. 떠나셨다는 걸 믿을 수 없어요.”

1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한 장례식장에서 이틀 전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리조트 공사 현장 화재로 숨진 60대 근로자 김모 씨의 딸(35)이 말했다. 김 씨 유족은 “왜 이런 사고가 났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했다.

유족에 따르면 김 씨는 2021년부터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 20여 년간 공공기관에서 공연 기획 관련 업무를 맡았던 김 씨는 퇴직 후 생활비를 벌기 위해 건설 현장의 일용직 일을 시작했다. 용접, 도장 같은 전문 기술이 필요한 작업에는 나설 수 없어 주로 자재 관리와 현장 청소 등을 했다. 반얀트리 현장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일했다. 김 씨는 매일 오전 몸에 파스를 붙이고 건설 현장으로 출근했다고 한다. 김 씨의 딸은 “아버지가 차 없는 청년들을 자신의 차에 태워 출퇴근시키며 챙겼다는 이야기를 장례식장에서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과거에 배우로 직접 무대에 서기도 했고 (공공기관에서) 공연 기획 업무에 자부심을 느꼈다”며 고인의 휴대전화를 보여줬다. 거기엔 생전 김 씨가 일기처럼 적어둔 ‘그래도 과거는 있었다’는 메시지가 있었다. 김 씨의 딸은 “이 과거가 공연 기획할 때를 뜻한다. 무뚝뚝한 ‘경상도 딸’이어서 사랑한다는 표현을 많이 못 한 게 후회된다”며 오열했다. 이번 반얀트리 호텔 화재로 김 씨 등 6명의 현장 작업자가 숨졌다. 경찰은 17일 이들에 대한 부검을 진행하고 시공사 등을 상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화재#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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