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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냄새가 뭐냐?”는 누리꾼의 질문에 초등학교 교사가 내놓은 답변이 화제다.
10일 소셜미디어(SNS)에서는 2023년에 남겨진 네이버 지식인 답변이 재조명됐다.
어린이로 추정되는 질문자는 “내가 할머니랑 사는데, 최근에 친구들이 나한테서 할머니 집 냄새가 난다고 한다. 할머니 집 냄새가 무슨 냄새냐?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고 물었다.
답변자는 “나도 어렸을 때 할머니가 키워주고 할머니와 19살 때까지 침대에서 같이 잤다. 그래서 할머니 냄새를 너무 잘 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할머니 냄새는 그리운 냄새, 곁에 있으면 마음이 푸근해지고 넉넉해지는 냄새, 많은 걸 받아줄 것 같아서 자꾸 툴툴거리게 되는 냄새”라고 표현했다.
(사진=네이버 지식in 캡처)
이어 ”이제는 내가 어른이 돼서 할머니를 볼 수 없다.할머니가 너무 나이가 드셔서 하늘나라에 보내드렸다”고 설명했다.
이 사연은 답변자인 경기도 시흥 배곧해솔초등학교 교사 이진영 씨(34)가 자신의 스레드 계정에 공유하면서 화제됐다.
이 씨는 동아닷컴에 “나도 어렸을 때 말 못 할 고민을 네이버 지식in에 남겼다”며 “교사 생활을 하면서 교대를 지망하거나 고민 글을 올리는 친구들 글에 주로 답변을 달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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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작년에는 복직하면서 시간이 없어 답변을 달지 못했다”며 “얼마 전에 문득 생각이 나서 글을 남긴 아이들이 잘 지낼까 하는 마음에 들어가 봤다”고 말했다.
이 씨는 자신의 답변에 감사 인사를 남긴 사람도 있었고, 그 중 유독 마음이 갔던 사연의 고민 글을 스레드에 옮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릴 적 부모의 맞벌이로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는 그는 “고등학교 3학년까지 매일 할머니와 함께 잤다. 할머니를 생각하면, 할머니가 만들어준 기름 잔뜩 두른 계란 프라이와 품에서 났던 내음이 기억난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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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의 할머니는 그가 24살이 되었을 때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 해는 이 씨가 교사에 임용된 후 처음으로 용돈을 드렸던 해였다고 한다.
이 씨는 “내 글이 화제가 되면서 지식in 글로 찾아와 댓글을 달아주는 사람들도 있다”며 “그 친구에게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다면 친구와 할머니는 잘 지내시는지 묻고 싶다”고 전했다.
최강주 동아닷컴 기자 gamja8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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