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전남 여수시 삼산면 하백도 동쪽 약 17㎞ 해상에서 139톤급 대형트롤선박 제22서경호(승선원 14명, 부산 선적)가 침몰돼 해경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5.2.9. 여수해경 제공
선원 5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제22 서경호 침몰사고 원인이 밝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침몰 당시 대형 선박이 침몰할 정도로 바람이 불고 있지 않았던 데다 갑작스럽게 침몰한 점도 수수께끼라 일각에서는 ‘미스터리’로 남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전남 여수해경에 따르면 139t급 저인망 어선인 서경호는 9일 오전 1시 41분 여수시 삼산면 하백도 동쪽 17㎞ 해상에서 연락이 두절된 뒤 침몰했다. 현재는 370m가량 떨어진 해저 바닥에 위치해 있다.
서경호는 다른 배 4척과 함께 선단을 이뤄 항해했는데, 침몰 당시 선단의 다른 어선이나 해경 등에 조난 신고를 보내지 못했을 만큼 갑작스럽게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생존한 서경호 외국인 선원은 “침실에 있는데 배가 기울어지는 느낌이 들어 밖으로 나와 보니 조업할 때 사용하는 종이 울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왼쪽으로 전복됐다”고 말했다.
해경은 당시 해상에 최고 2.5m 파도, 초속 14m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풍랑주의보가 발효됐다가 해제되는 시점이라 서경호처럼 대형 선박의 조업과 항해에 차질이 생길 정도는 아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부 어민들은 사고 해역이 원래 험한 바다로 유명했다고 전했다. 사고가 발생한 전남 여수시 삼산면 백도해상은 수심이 깊고 적도에서 발생한 구로시오 해류의 지류가 유입돼 기상 돌변에 따른 사고 위험이 큰 곳이라는 것이다. 한 어민은 “사고 해상이 험한 바다이지만 고기는 잘 잡혀(서 배가 많이 간다)”라고 말했다.
실제 사고해역에서는 18년 전에도 유사한 선박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2007년 12월 25일 오전 4시경 백도 북동쪽 15㎞해상에서 1300t급 화학약품 운반선이 조난신호를 보내오다 교신이 끊기고 침몰한 사고다. 이 사고로 선원 14명이 실종됐고 외국인 선원 1명만 생존했다.
이 사고 침몰 원인은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당시 해상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돼 2.5~3m 파도, 초속 16m 강풍이 불었지만, 1300t급 대형 운반선이 뒤집힐 정도는 아니었다. 생존한 운반선 외국인 선원은 당시 “잠을 자던 중 갑자기 흔들려 갑판으로 나가보니 배가 40도 정도 기울려 있었다. 10분 뒤에는 배가 90도 정도로 기울어 침몰했다”고 증언했다.
서경호의 침몰 원인에 대해서도 벌써부터 오리무중으로 남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해경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인을 규명한다는 입장이다. 해경 관계자는 “서경호 생존 선원들의 진술과 일반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자료, 선체를 인양한 뒤 합동 감식한 뒤에 사고원인을 최종적으로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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