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얘기?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대리인을 맡은 차기환 변호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직접 출석해 12·3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의결을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하지 않았다며 탄핵 사유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21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윤 대통령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진행한 신문에서 “계엄 선포 이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계엄 선포 49일 만이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심판에 출석한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또 “국가 비상입법기구 쪽지를 기재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느냐”는 문 권한대행의 질문에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을 해제한 후에 한참 있다가 언론에 이런 메모가 나왔다는 것을 기사에서 봤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밖에 없는데, 국방부 장관이 그때 구속돼 있어서 (경위를)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 했다”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를 비롯해 김 전 장관 등 군장성들이 국회와 수사기관에서 “(대통령이) 비상계엄 발표 후 접은 종이를 줬다”, “대통령이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 등으로 진술한 것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재판 초반 첫 발언 기회를 얻은 윤 대통령은 “저는 철들고 난 이후로 지금까지 공직 생활하면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신념 하나를 확고히 가지고 살아온 사람”이라면서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헌법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 만큼 재판관님들께서 여러모로 잘 살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변론기일이 끝난 후 국군서울지구병원으로 이동해 3시간 반가량 진료를 받았다. 이후 오후 9시 10분경 서울구치소로 복귀했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한 달 전부터 주치의가 받으라고 한 치료인데 계속 연기하다가 오늘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날 오후부터 구치소에서 대기하며 전날에 이어 강제구인을 시도하려 했지만, 윤 대통령이 오후 9시 이후 복귀하면서 불발됐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윤석열의 3차 변론 참석은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께서 탄핵심판에서 직접 본인이 왜 계엄을 했는지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얘기해 왔다”고 했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이 열리고 있다. 윤 대통령이 피청구인 측에 자리하고 있다. 2025.01.21. 사진공동취재단21일 헌법재판소 심리로 진행된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 사유를 전면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원을 국회에서 끌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고, ‘비상입법기구’ 내용을 담아 최상목 부총리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진 쪽지도 모른다고 진술했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의 진술이 검찰 수사와 계엄군 관계자 등의 국회 증언과 전면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재판은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오후 2시부터 1시간 43분 동안 진행됐고, 윤 대통령은 4차례에 걸쳐 직접 의견을 밝혔다.
이날 윤 대통령은 ‘국회 장악’ 시도와 관련된 탄핵 사유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재판장을 맡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직접 진행한 피청구인 신문에서 “이진우 수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계엄 선포 이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발언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와 배치된다. 김 전 장관의 검찰 공소장에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 대통령이 현장을 지휘하던 이 사령관 등에게 전화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한 혐의가 적시된 바 있다.
곽 사령관 역시 지난해 12월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4일 0시 30∼40분경 윤 대통령에게서 비화폰으로 직접 전화가 왔다”며 “(윤 대통령이) 아직 (계엄 해제에 필요한 국회)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25.01.21. 사진공동취재단윤 대통령은 이어진 신문에서 “(비상계엄 과정에서) 국가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최상목) 기재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쪽지를)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을 해제한 후에 한참 있다가 언론에 이런 메모가 나왔다는 것을 기사에서 봤다”고 반박했다. 비상입법기구는 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서 최 부총리가 전달받았다고 밝힌 쪽지에 담긴 것으로 알려진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밖에 없는데, 국방부 장관이 그때 구속돼 있어서 (경위를)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의 대리인단은 20일 “메모(쪽지)의 작성자는 김 전 장관”이라면서도 “국회가 완전 삭감한 행정예산으로 인해 마비된 국정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하여 ‘긴급명령 및 긴급재정입법권한’ 행사를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대통령이 (최상목) 기재부 장관에게 이를 준비하고 검토하라고 준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총리도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표하고 들어와서 저한테 ‘참고하라’며 접은 종이를 줬다”고 말했다.
검찰 역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특히, 대통령 윤석열은 최 부총리에게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비상계엄 선포 시 조치사항에 관한 문건도 함께 건네주었다”고 적시한 바 있다. 해당 문건에는 ‘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 지원금, 각종 임금 등 현재 운용 중인 자금 포함 완전 차단할 것,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등의 내용이 기재된 것으로 조사됐다.
정청래 국회 탄핵소추단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변호인단과 대화하고 있다. 2025.01.21. 뉴시스이날 변론기일에선 국회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의 폐쇄회로(CC)TV에 찍힌 계엄군 투입 영상 20여 개를 두고 국회 측과 윤 대통령이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국회 운동장에 계엄군 헬리콥터 3대가 착륙하고 서울 용산구 국회의장 공관에 계엄군이 출동한 모습을 비롯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내에 권총을 소지한 계엄군이 진입한 장면 등이 포함됐다. 국회 측은 국회 및 선관위 장악 시도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계엄 해제를 막았다고 자꾸 여러 가지 증거를 보여주면서 얘기하시는데, 어떻게 보면 (국회가) 국회법에 맞지 않는 신속한 (계엄 해제) 결의를 했음에도 그걸 보고 바로 (저는) 군을 철수시켰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 측은 24명이 넘는 증인도 추가 신청했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이날 오전 정기 브리핑에서 “인적 사항이 특정되지 않은 투표 관리관과 투표 사무원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추가 명단엔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탄핵심판 지연 목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헌재는 신문 필요성이 인정되는 증인들만 채택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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