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채권 발행해 친환경 기업 지원… ‘녹색 강국’ 향해 한걸음씩

  • 동아일보

[환경의 날] 한국형 친환경 경제활동 지침서… ‘K-택소노미’ 만들어 산업 육성
녹색채권-녹색자산유동화증권 등 최대 4% 금리보전, 자금 조달 지원
올해 총 213억 원대 예산 확보
“민간 녹색투자 30조 원까지 늘리고, 지원 체계 강화해 해외진출 도울 것”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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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약 650조 원의 자산을 운영하는 미국 최대 연기금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6년간 ‘기후 투자’에 250억 달러(약 33조 원)의 자금을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FT는 캘퍼스가 지난해 기후변화 대응 관련 투자 규모를 2배로 늘리겠다고 밝힌 후 투자 계획을 구체화했다고 분석했다.

또 영국 연구기관 크리에이트리서치는 지난해 12월 전 세계 158개 연기금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성과 부진은 일시적 후퇴일 뿐 장기적 관점에서 ESG는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란 의견을 냈다.

지난해 경기 침체와 정치적 논란에 시들해지는 듯하던 ESG 투자 열기가 되살아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월 ESG 평가 및 투자자문 기관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ESG 펀드 순자산 규모는 전년 대비 2.4% 증가한 5조7500억 원 수준이었다.

ESG 관련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이 유입되는 가운데 기업과 투자자 중에는 어떤 분야가 친환경 및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것으로 인정받는지, 녹색 산업으로 인정받을 경우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녹색산업 길라잡이’ K-택소노미

정부는 2021년 12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발표했다. 그전까지 명확한 정의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해 지속가능한 친환경 경제활동의 내용과 범위를 구체화한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이나 기후변화 적응, 생물다양성 등 6대 환경 목표에 기여하면서 심각한 환경파괴나 인권 안전 등 법규를 위반하지 않는 것이 조건이다.

K-택소노미는 녹색경제활동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친환경 산업에 투자금이 더 유입되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친환경이 아닌데 친환경인 척 혜택을 받는 ‘그린워싱’을 막기 위한 장치다. 2020년 6월 유럽연합(EU)에서 녹색분류체계를 발표한 후 작업을 진행해 환경부와 금융위원회가 공동으로 발표했다.

K-택소노미는 크게 녹색 부문과 전환 부문으로 나뉜다. 녹색 부문은 탄소배출 감축 등 환경개선에 기여하는 경제활동으로 무공해 차량 제조나 재생에너지 생산 등 67개 경제활동을 포함한다. 전환 부문은 탄소중립까지 과도기에 필요한 경제활동으로 원자력 또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 7개 분야가 한시적으로 인정된다.

‘그린 시드머니’ 키우는 녹색 금융

문제는 돈이다. K-택소노미를 통해 어떤 사업이 탈탄소 친환경 사업인지 알 수 있더라도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는 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고려해 ‘한국형 녹색 채권’과 ‘녹색자산유동화증권’ 등 녹색금융 지원책을 내놨다.

녹색금융은 탄소중립이나 친환경적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금융으로 금융회사가 기업이 친환경 활동에 투자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형 녹색채권은 보다 엄격하게 K-택소노미에 부합하는 활동에만 자금을 사용할 수 있게 해 그린워싱을 방지한다. 저탄소 기술이나 설비에 투자하려는 기업은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는 본인이 투자하는 채권이 친환경 활동인지 명확하게 확인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후에 확인할 수 있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 단독 명의로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은 중소·중견기업들은 채권보다 문턱을 낮춘 녹색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충남 천안시에서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한 회사는 녹색자산유동화증권 50억 원어치를 발행했다. 전기차나 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회생제동 브레이크 시스템(차량의 운동에너지를 전기모터를 통해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배터리에 공급하는 시스템) 생산 시설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 사업은 K-택소노미의 온실가스 감축 핵심 기술로 인정받아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녹색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하여 연간 4%의 금리 지원을 받아 2억 이상의 이자 비용을 절감했다”며 “이번 생산 시설 구축으로 연간 200만 대 이상의 무공해 차량용 부품 양산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총 213억 원대의 예산을 확보하고 녹색분류체계를 적용해 채권이나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기업들에 기업당 최대 3억 원의 이자 비용을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투자 비율이 높은 유럽 등에선 정부 지원 없이도 녹색 채권이 활발하게 발행되고 있지만 국내 녹색금융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인 만큼 시장을 보조하는 차원에서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한국형 녹색채권과 녹색자산유동화 증권 발행 규모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규모는 2022년 6500억 원에서 지난해 4조6339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5월까지 23개사, 3조9934억 원어치 발행이 확정됐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녹색자산유동화증권은 지난해 1555억 원 발행된 데 이어 올해는 1910억 원으로 발행액이 더 늘었다.

‘녹색 강국’ 다짐하는 환경의 날


그러나 여전히 보완해야 할 부분도 남아 있다. 한국ESG기준원은 지난해 6월 ‘국내외 녹색분류체계 비교분석-EU 분류체계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K-택소노미 경제활동이 EU 분류체계 등 해외에서도 인정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환경규제가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침 5일은 제29회 환경의 날이다. 올해 환경의 날 슬로건은 ‘국민과 함께 미래로, 녹색강국 대한민국’이다. 환경부는 2027년까지 민간 녹색투자를 총 30조 원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또 채권시장과 달리 개인 체감도가 높은 여신(대출)에는 녹색분류체계를 어떻게 적용할지 가이드라인이 아직 없어 금융위와 함께 이를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환경의 날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도울 수 있도록 녹색분류체계의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는 등 투자 활성화 기반을 조성할 것”이라며 “그 외에도 녹색수출펀드, 녹색산업 기술 보증 등 자금 공급 방안을 다각적으로 마련하면서 녹색 신산업 분야의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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