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타이 미리 준비…‘파주 호텔 4명 사망’ 계획범행 정황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2일 12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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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시의 한 호텔에서 20대 남녀 4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숨진 남성들이 살해 도구인 케이블타이를 미리 준비하는 등 계획 범행 정황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중 한 명의 팔에는 흉기에 베인 상처가 발견됐다.

12일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남성들이 호텔에 입실하기 전부터 범행에 사용된 청테이프와 케이블타이를 준비한 정황이 드러났다. 남성들이 9일 케이블타이를 주차장에서 들고 올라가는 장면이 포착됐는데, 당시 들고 올라간 것보다 많은 케이블타이가 현장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이 처음부터 케이블타이를 들고 입실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객실 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성 2명 중 1명의 오른팔에서는 길이 9cm, 깊이 3cm의 상흔이 발견됐다. 침대 등에선 피가 발견되지 않았고, 욕조 안에서만 아주 소량의 피가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과학수사대는 여성이 사망한 뒤 남성들이 시신을 훼손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호텔 내부에서는 식칼 두 자루도 발견됐다. 경찰은 “호텔에 원래 두는 칼 3종 세트 중 2개로, 침대 옆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해당 식칼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정밀 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남성 1명과 여성 1명은 2~3년가량 알고 지낸 사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여성 1명은 남성들이 텔레그램에 올린 아르바이트 구인 글을 보고 연락해 만나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들은 친구 사이로 무직이었으며, 전과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 10일 오전 10시 35분경 파주시 야당동의 한 호텔 정문 앞 큰길 쪽 인도에 남성 2명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들은 투숙하던 최상층(21층) 객실 테라스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남성들이 머물던 객실에서 숨진 여성 2명을 추가로 발견했다. 이들 중 1명은 가족이 하루 전 실종신고를 했으며 이 여성의 동선을 추적한 경찰이 호텔 객실까지 오자 남성들이 투신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여성들은 케이블 타이로 손과 목이 결박돼 있었고 청테이프로 입이 막혀 있었다. 성범죄나 마약 등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11일 국과수는 1차 부검 결과 숨진 여성들의 사망 원인이 목졸림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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