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서 전공책이나 읽어라”…군의관·공보의 태업 지침 글 올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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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3월 14일 11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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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시내 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환자의 권리와 의무’ 게시물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
지난 13일 서울시내 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환자의 권리와 의무’ 게시물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 의료현장 이탈 대책으로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현장 파견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업무 거부 방법을 안내하는 지침이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군의관 공보의 지침 다시 올린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 씨는 “가장 기본이 되는 마인드는 ‘병원에서 나에게 일을 강제로 시킬 권한이 있는 사람이 없다’이다”라며 “이걸 늘 마음속에 새겨야 쓸데없이 겁을 먹어서 일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사의) 전화를 받지 말고 ‘전화하셨네요? 몰랐네요’라고 하면 그만”이라며 “담배를 피우러 간다며 도망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권했다.

A 씨는 “심심하면 환자랑 같이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토론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환자를) 조금 긁어주면 민원도 유발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도 했다.

A 씨는 병원 업무 대신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전공책이나 읽으라는 ‘조언’을 하며 “공보의와 군의관 의무는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이 전부이고 병원 내에서 일을 조금이라도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어떻게 도망 다닐지를 고민하라”고 적었다.

‘메디스태프’는 의사 인증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다. 현재 해당 게시물을 누가 어떤 의도로 작성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이외에도 ‘차출 군의관 공보의 행동 지침’이라는 제목의 글도 해당 커뮤니티에 게시됐다. 글쓴이 B 씨는 “인턴과 주치의 업무, 동의서 작성 등은 법적 문제 책임 소지가 있으니 당연히 거부하라”며 “인턴 업무는 한 건당 10만~20만 원 이상 받아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환자에게 설명하는 일도 당연히 거부하라”고 덧붙였다.

B 씨는 수술 참여와 상처 치료, 소독 후 붕대 처치 등도 하지 말라고 안내했다. 그는 “주중 당직은 100만 원 이상, 주말 당직은 250만 원 이상, 응급의학과는 24시간 근무는 하루 급여 300만 원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에서 의사 업무를 방해하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같은 커뮤니티에는 사직을 예고한 전공의들에게 ‘병원을 나오기 전 병원 자료를 삭제하라’고 종용하는 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경찰은 해당 글이 병원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작성자를 특정해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한 바 있다.

최근에는 전공의 이탈에 동참하지 않고 의료 현장에 남은 전공의를 ‘참의사’라고 조롱하며 이들의 개인정보를 공개한 글도 올라와 논란이 됐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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