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 주가조작 일당 “우린 공동정범 아닌 방조범”

  • 뉴시스
  • 입력 2024년 2월 21일 14시 08분


지난 14일 주범 기소…병합 여부 곧 결정
영풍제지 22만7000여회 시세조종 혐의
檢 "부당이득, 주가조작 사상 최대규모"
일당, 부당이득 산정 근거자료 제출 요청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영풍제지 주가조작 일당의 주범이 도피 3개월 만에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일당의 일부가 자신들은 공동정범이 아니라 방조범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주범을 제외한 공범들이 ‘주범의 지시에 따른 범행’이라고 입을 모으면서, 주범이 어떻게 주장하는지에 따라 향후 재판 전개 속도가 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당우증)는 21일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윤모씨 등 9명과 범인도피 혐의를 받는 정모씨 등 2명에 대한 3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총책인 사채업자 이모(54)씨와 다른 일당 4명은 지난 14일 기소됐으나 아직 병합 심리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이날 재판에는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서 일부 피고인들은 시세조종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공동정범이 아니라 방조범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지난 2차 공판기일에서 일부 피고인들이 공소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주범 지시에 따라 행한 것이기 때문에 범행 가담 정도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 것과 비슷한 취지다.

재판부가 주가조작 일당 김모씨 측에 “(의견서에 따르면) 공동정범이라기보다는 방조범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맞냐”고 묻자 김씨 측은 “맞다”고 답했다. 형법상 공동정범은 범죄의 정범(행위자)으로 처벌받는다. 그러나 방조범은 정범이 범죄를 저지르도록 도와주는 역할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범보다 감형될 수 있다.

또 다른 일당 이모씨 측 변호인도 “일반 투자자들에 손해를 입힌 점에 대해서 피고인의 잘못을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범죄 가담 정도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다. 직접 시세조종 주문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검찰에 따르면 영풍제지 주가조작 일당은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년 간 총 330여개의 증권계좌를 통해 총 22만7448회(1억7965만주 상당)의 시세조종을 해 부당이득 6616억원 상당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시기 영풍제지의 주가는 2022년 10월25일 기준 3484원에서 1년 후인 지난해 10월17일 4만8400원으로 약 14배 급등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일당은 약 1년간 ▲가장·통정매매 14만8615회(1억1788만주 상당) ▲고가매수 6만5924회(5000만주 상당) ▲물량소진 주문 1만2643회(1112만주 상당) ▲시가관여 주문 98회(33만주 상당)·종가관여 주문 168회(38만주 상당) 등 총 22만7448회(1억7965만주 상당)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 일당의 부당이득이 단일종목만으로 주가조작을 벌인 범행 중 사상 최대 규모라고 보고 있다.

다만 주가조작 일당은 이날 재판에서 지난 기일과 마찬가지로 주가조작을 통한 부당이득 액수가 어떻게 산정된 것인지 근거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검찰 측에 요구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부당이득금 사정과 관련해서 어떠한 근거로 산정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올해 1월자로 시행된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가격을 상승시킨 경우와 가격 하락을 방어한 경우가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분 고려해서) 부당이득이 어떻게 산정된 건지 의견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주범인 이씨가 어떤 주장을 펼치는지에 따라 재판의 진척 속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봐야겠지만 이씨(주범)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고 했다.

재판부는 4차 공판기일을 다음달 13일 오후 3시10분으로 지정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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