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올해부터 서민·중산층 고령자용 실버타운 주도적 조성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20일 01시 40분


코멘트

[토요기획]정부 주도 실버타운은 어디에
초고령사회 진입 대비 핵심사업 선정… 헬스케어 리츠로 동탄 2신도시에 건설
2000실 이상 규모 랜드마크로 주목… 신규 택지 분양 때 실버타운용 배분
학교 유휴시설 실버타운 활용시 지원… 인구 감소 지역도 후보 유력

정부는 ‘2024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실버타운 조성 사업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는 모습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오른쪽부터)이 배석했다. 동아일보DB
정부는 ‘2024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실버타운 조성 사업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는 모습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오른쪽부터)이 배석했다. 동아일보DB
정부가 올해부터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각지에 서민·중산층용 실버타운(고령자용 주택) 조성에 적극 나서기로 해 눈길을 끈다. 그동안 고령자용 주택 공급은 정부가 저소득층, 민간이 고소득층을 각각 떠맡았지만 서민·중산층은 사각지대에 놓여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이번 조치는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고된 상황에서 전체 사회계층을 아우르는 고령자 주거복지 정책이 시급하다는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70대 인구(주민등록 기준)가 20대를 앞지르고, 고령자 인구(65세 이상) 1000만 명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조성될 실버타운의 구체적인 입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내놓은 관련 발표와 정부 관련 연구기관 등이 최근 쏟아낸 각종 연구보고서 등을 보면 후보지는 수도권 신도시는 물론 전국 각지 인구감소지역의 학교 유휴시설 부지 등이 유력하다.

● 실버타운 활성화 방안 마련
정부는 4일 발표한 ‘2024 경제정책방향’에서 고령사회에 대비한 핵심 사업의 하나로 실버타운 조성을 내걸었다. 올 상반기(1∼6월) 범정부 차원에서 ‘서민·중산층 대상 실버타운 공급 활성화 방안’(‘실버타운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도 꾸릴 예정이다.

실버타운 활성화 방안에는 △헬스케어 리츠를 통한 실버타운 시범사업 추진 △택지 공급 시 실버타운용 부지 배정 △학교 유휴시설 부지를 활용한 실버타운 공급 지원 △실버타운 입주자에 대한 주택연금 수급자격 유지 대책 등이 담길 예정이다. 다양한 방식을 통해 실버타운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게 하겠다는 정부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실버타운 입주자에 대한 주택연금 수혜 자격 유지는 수요 활성화 대책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정부 움직임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내년에 한국은 초고령사회 진입이 확실시된다. 초고령사회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를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기준 65세 이상이 17.5%를 넘어섰고, 2025년에 20.6%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과 비교해 매우 빠른 것이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바뀌는 기간은 영국 50년, 미국 15년, 일본 10년이었는데, 한국은 불과 7년이다. 그만큼 우리가 초고령층 사회 진입에 따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뜻이다.

자녀와 같이 살고 싶다는 고령층이 갈수록 줄고, 부모를 모시고 살겠다는 자녀들의 부양의식이 낮아지는 점도 관련 대책 마련의 시급성을 뒷받침한다.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표한 ‘2023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자녀와 같이 살기를 희망하지 않는다는 고령자는 전체의 75.7%에 달했고, 일하면서 수입이 있는 노년층의 경우 81.9%로 더 높아졌다. 일하는 75세 이상으로 범위를 좁혀도 자녀와 따로 살겠다는 비율은 80.7%나 됐다.

여기에 현재 고령자에 대한 주거 정책이 저소득층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서민·중산층 관련 정책은 미흡하다는 평가도 끊이질 않았다. 현재 정부가 시행 중인 고령자 주거 정책은 크게 저소득층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기존 주택 개조 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주택 공급 정책은 노인요양시설,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양로시설, 노인공동생활가정, 노인복지주택, 케어안심주택, 고령자복지주택, 공공임대주택 등이 있다. 이미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개조하는 사업으로는 국토부의 수선유지급여, 복지부의 복지용구급여,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지역사회통합돌봄, 복지부와 행정안전부의 노인돌봄전달체계 등이 있다.

문제는 이런 정책 대부분이 소득 구간 및 건강상태 등을 기준으로 일부 대상에 한정돼 있어 정책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즉, 소득 수준으로는 서민·중산층에 해당하는 3∼8분위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주거 정책이 거의 없다. 건강상태 기준으로는 노쇠(허약)한 노인들만 시설에 입소할 수 있고, 비교적 건강하거나 전(前) 노쇠 단계의 노인이 이용할 수 있는 주거 정책은 부족하다.

● 동탄2신도시에 시범단지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에 헬스케어 리츠를 통해 들어설 대규모 실버타운 사업지역. 국토교통부 제공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에 헬스케어 리츠를 통해 들어설 대규모 실버타운 사업지역. 국토교통부 제공
정부 주도 실버타운 가운데 입지가 사실상 결정된 곳이 있다. ‘2024 경제정책방향’에서 첫 번째 사업으로 제시된 ‘헬스케어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활용한 실버타운 시범사업’이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헬스케어 리츠 사업자를 공개 모집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업지는 경기 화성 동탄2 택지개발사업지구에 위치한 의료복지시설용지다. 공개 모집을 통해 선정된 사업자는 실버주택(시니어주택)과 오피스텔, 근린생활시설·의료·운동·업무시설 등이 들어서는 복합시설물 개발 사업을 주도하게 된다.

헬스케어 리츠는 병원, 요양시설, 의료연구시설 같은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인데, 이번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125조 원(15개 상장)에 달할 정도로 큰 시장이며, 고령 시대를 맞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토부는 4월까지는 헬스케어 리츠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으로 조만간 참가의향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사업자는 △랜드마크형 노인복지주택 건축 계획 △헬스케어 서비스 계획 △지역 주민도 이용할 수 있는 편의·문화시설 공유 계획 △지역 상생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할 예정이다.

사업자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주식을 공모 상장하고, 최소 10년간 실버주택(시니어주택)을 소유 운영하게 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복합시설물에 들어설 실버주택은 전체 면적의 55% 이상이어야 한다. 즉, 2000실 이상의 초대형 규모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현재 국내의 실버타운(시니어주택)이 대부분 200∼500실 규모다.

사업부지 면적이 약 18만 ㎡에 달하는 초대형이고, 인근에 골프장 녹지 하천 등이 있어 경관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SRT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개통 예정 시기·2024년 3월), 수도권 전철 동탄∼인덕원선(2029년), 동탄 도시철도 1·2호선(2027년)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동탄역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여서 교통도 편리하다. 정부 주도 실버타운 대표로서 존재감을 드러낼 만한 조건을 고루 갖췄다는 뜻이다.

● 3기 신도시에도 실버타운
서울시니어스가 2017년 전북 고창군에 개원한 서울시니어스 고창타워 전경. 국내 최초의 리조트형 실버주거시설로 관심을 끌었다. 서울시니어스타워 제공
서울시니어스가 2017년 전북 고창군에 개원한 서울시니어스 고창타워 전경. 국내 최초의 리조트형 실버주거시설로 관심을 끌었다. 서울시니어스타워 제공
이 밖에도 ‘2024 경제정책방향’에는 앞으로 조성될 실버타운 입지에 대한 힌트가 담겨 있다.

정부는 우선 앞으로 신규 택지를 공급할 때 실버타운용 부지도 일정 수준으로 배정하기로 했다. 3기 수도권 신도시와 전국 대도시 지역에 신규로 조성될 택지개발사업지구에 실버타운이 조성될 것임을 시사한다.

또 학교 유휴시설 부지를 실버타운으로 활용할 경우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약 200곳의 학교 유휴시설 부지에 학생과 지역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체육관, 수영장, 도서관 등이 들어서는 ‘학교복합시설 사업’을 추진 중이다. 결국 이런 유휴부지에 실버타운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시작된 지역활력타운 사업 대상지도 실버타운 입지 후보군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활력타운은 인구소멸 위기를 해소하고,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은퇴자 및 청년층 등의 비수도권 지역 정착을 지원할 목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대상지는 전국의 인구감소지역 89곳 가운데 수도권을 제외한 85개 지역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산하 ‘토지주택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연구보고서(‘초고령사회 대응 K-CCRC(한국판 은퇴자복합단지)의 정책추진과 계획모형에 관한 연구’)에서 전체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인구감소율, 고령화율, 노인주거복지시설 공급률 등 9개 항목에 걸쳐 적합도를 평가했다. 그 결과 높은 점수를 받은 상위 5곳은 경북 영양군 영덕군 군위군, 경남 남해군, 전남 신안군이었다.

한편 ‘2024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서민·중산층의 실버타운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실버타운 입주 시에도 주택연금 수급 자격을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주택연금 수급자는 질병 치료나 심신 요양 등을 위해 병원, 요양시설 등에 입원하는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연금을 수령하려면 계속 담보주택에 거주해야만 한다. 실버주택 입주를 부득이한 사유에 포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초고령사회#실버타운#2024 경제정책방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