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차장서 30m 만취운전…1심 무죄서 2심 유죄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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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1월 8일 0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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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방법원. 뉴스1
울산지방법원. 뉴스1
아파트 주차장에서 술에 취해 30m가량 운전한 50대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1심과 달리 항소심은 유죄를 선고했다.

7일 울산지법 형사항소1-1부(재판장 심현욱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 씨(54)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 씨는 2022년 6월 17일 0시 9분경 울산 북구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만취 상태로 30m가량 후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18%로 면허 취소 수준(0.08% 이상)이었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차량을 조작할 의도가 없었는데 차량이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대리운전 기사가 주차하고 떠난 뒤 A 씨가 운전석에 앉은 후로부터 40분가량 차량이 전혀 움직이지 않은 점, 이후 차량이 후진하다가 인도 위에서 멈췄는데 A 씨가 운전대 방향으로 고개를 떨군 채 조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힌 점 등을 토대로 무죄로 판단했다.

특히 차량이 후진해 인도에 걸친 상태에서도 A 씨가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그대로 있던 점 등을 볼 때 그가 처음부터 운전할 의도 자체가 없던 것으로 재판부는 봤다. A 씨가 의도치 않게 변속기 레버를 후진 쪽으로 당긴 것으로 보여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조수석에서 운전석으로 이동했고, 에어컨을 켜다가 실수로 변속기 레버가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차량 변속기 레버 구조상 A 씨가 의도적으로 후진 기어를 넣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해당 차량 변속기 레버는 주차 ‘P’에서 후진 ‘R’까지 직선 형태로 한 번에 움직여지지 않는 ‘⊃’자 형태다. 또 ‘P’에서 ‘R’로 레버가 움직이려면 반드시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조작해야 했다.

이외에도 항소심 재판부는 대리운전 기사가 차에서 내리자 A 씨가 곧바로 운전석으로 이동한 점, 에어컨을 켜다가 실수로 변속기 레버가 조작될 가능성이 낮은 점 등을 토대로 A 씨가 음주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차량을 운전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비정상적인 운행이 음주의 영향으로 분별력이나 판단력이 저하된 상태였기 때문이지 운전할 의도가 없어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음주운전 거리가 짧은 점 등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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