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피해 아이 끌어안고 뛰어내린 아버지…부검서 ‘추락사’ 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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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2월 26일 14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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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신고하고 대피 알린 30대 남성…‘연기 흡입에 의한 화재사’
경찰·소방, 26일 오전부터 합동 현장 감식

성탄절인 지난 25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2명의 사인이 각각 ‘추락사’와 ‘화재사’라는 1차 부검 소견이 나왔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자신의 두 자녀를 구하고 숨진 4층 주민 박모 씨(32)의 사인은 ‘추락에 의한 여러 둔력 손상’, 11층 비상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된 임모 씨(38)의 사인은 ‘화재 연기 흡입에 의한 화재사’라는 소견이 나왔다.

이들은 25일 새벽 방학동의 한 아파트 3층에서 발생한 화재를 피하는 과정에서 변을 당했다.

불이 난 집 바로 위층인 4층에 거주하던 박 씨는 부인 정모 씨(34)와 함께 각각 0세, 2세인 두 딸을 살리려다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박 씨는 경비원들이 쌓은 재활용 포대 위로 첫째 딸을 던진 뒤 생후 7개월 된 둘째 딸을 품에 안고 뛰어내렸다. 이후 정 씨가 뛰어내렸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박 씨가 옆으로 떨어지며 머리를 바닥에 부딪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어깨 등에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며 두 자녀도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 씨는 119에 화재를 처음 신고한 사람으로, 11층 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그는 화재 당시 같이 살던 가족들을 먼저 대피시킨 후 불길을 피해 위로 이동하다 연기를 흡입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화재로 2명이 숨졌으며 1명은 중상, 28명은 경상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26일 오전 11시부터 현장 감식을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301호에서 정확한 발화 지점과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라며 “소요 기간은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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