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무혐의’ 나온 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재수사 지시…유족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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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2월 22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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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6일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추락 사망사고. 강릉소방서 제공
지난해 12월 6일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추락 사망사고. 강릉소방서 제공
지난해 12월 강원 강릉시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세 손자를 잃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된 60대 여성에게 경찰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린 것과 관련,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했다.

22일 유족 측과 춘천지검 강릉지청 등에 따르면 검찰은 숨진 이도현 군(당시 12세)의 할머니인 60대 여성 A 씨에 대한 사건기록을 검토한 결과, 재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전날 강릉경찰서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검찰 관계자는 “(운전자 측과 자동차 제조사 간) 민사재판 등 추가 자료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재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17일 경찰은 A 씨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경찰은 A 씨의 과실 가능성을 인정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과수는 사고 차량의 제동 계열에 작동 이상을 유발할 만한 기계적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량 운전자가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을 밟아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A 씨 측은 “국과수 감정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제조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민사소송 과정에서 제출된 민간 전문기관의 음향 분석에선 “블랙박스 영상에 담긴 음향을 분석한 결과 변속 레버를 바꾸는 소리는 감지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경찰도 국과수 감정 결과가 실제 엔진을 구동하며 검사한 게 아니어서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의 재수사 요청에 A 씨의 아들이자 도현 군의 아버지인 이상훈 씨는 “10개월 동안 이어진 수사 과정에서 두 번에 걸친 재조사가 진행됐다”며 “검찰의 재조사 요청은 이 같은 과정을 모두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보통 형사사건이 민사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있어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너무 답답하고 울분이 터진다”고 토로했다.

A 씨의 소송대리인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도 “검찰이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민사소송 자료를 언급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자동차 결함을 입증해야 하는 민사소송에서 과실이 없는 쪽으로 나오고 있는데 무엇을 더 검토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2월 6일 오후 4시경 강릉시 홍제동에서 A 씨가 몰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도로 옆으로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같이 탑승했던 손자인 도현 군이 숨지자 안타까운 사연에 전국에서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가 쇄도했다.

A 씨 가족이 지난 2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린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 책임 전환’ 청원에 약 5만 명이 동의하면서 국회 정무위원회로 회부돼 제조물 책임법 개정 논의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으나 답보 상태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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