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조카 50년 돌본 70대女 안타까운 죽음…왜 17일 방치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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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2월 7일 15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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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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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조카를 50년간 돌봐온 70대 여성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사실상 ‘부모’ 역할을 해온 이 여성이 숨지면서 거동이 불편한 조카는 장시간 생사의 기로에 놓여져야만 했다.

이들은 왜 행정기관의 보호를 받지 못했을까.

7일 순천시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58분쯤 전남 순천시 향동의 한 빌라에서 A씨(78·여)가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A씨 옆에는 지적장애 1급 조카 B씨(54)가 함께 있었다.

미혼인 A씨는 거동이 불편한 B씨를 50년 동안 보살피며 함께 살았다. A씨는 B씨의 부모가 사망한 뒤부터 사실상 ‘부모’ 역할을 도맡아왔다.

B씨의 유일한 보호자였던 A씨는 고혈압과 당뇨 등 각종 지병을 앓고 있었고 약 복용도 하고 있었다.

A씨는 5억원 정도 재산을 보유하고 있어 기초수급자나 행정기관 보호 대상자는 아니었고 B씨만 기초수급자였다.

순천시는 기초수급자인 B씨에게 수년간 장애인활동지원사를 파견해 관리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달 11일 장애인활동지원사가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B씨를 보호해줄 전담 지원사가 사라졌다.

시는 대체 인력을 구해주기로 했으나, 보호자인 A씨가 더이상 인력 지원을 원치 않으면서 행정기관으로부터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다.

시는 의료급여 관련 서류를 떼기 위해 이들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의 마지막 모습은 장애인활동지원사 병문안을 간 지난달 20일쯤이다. 이는 자택 주변 폐쇄회로(CC)TV에서 포착됐다.

시는 지난달 28일 저소득가구의 생활안전을 위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쌀 ‘정부양곡’을 배달하면서 집 안에 쌀이 들여져 있는 것을 파악하고 사망 시각을 12월1일쯤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는 A씨, B씨와 꾸준히 연락을 주고 받았던 전 장애인활동지원사가 최근 이들에게 연락을 했으나 받질 않아 이상하다고 느껴 6일(사고 발생 당일) 집을 찾으면서 밝혀졌다.

문이 잠겨있자 119에 신고해 문을 강제 개방했고 현장에선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부패가 상당 부분 진행 중이었다.

시는 B씨를 장애인 생활시설에 입소 보호시킬 예정이다.

경찰은 A씨의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지병 악화 여부 등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순천시 관계자는 “11월20일 병원 외출 이후 사망 당일까지 17일간 연락을 받지 않았다”며 “낯을 가리는 A씨가 더이상 장애인활동지원사 인력 배치를 원치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순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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