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노부부 구조하다… 제주 20대 소방관 순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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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소방관이 사망한 화재현장. 서귀포경찰서 제공
20대 소방관이 사망한 화재현장. 서귀포경찰서 제공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키고 불을 진화하던 20대 소방관이 콘크리트 더미에 머리를 맞고 순직했다.

제주도소방본부에 따르면 1일 오전 0시 49분경 서귀포시 표선면의 50㎡(약 15평) 규모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제주동부소방서 표선119센터 임성철 소방교(29)는 신고 접수 9분 만인 오전 0시 58분경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그는 불이 난 창고 옆 주택에서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킨 후 펌프차량 등 장비가 도착하자 다른 대원들과 함께 화재 진화에 나섰다. 그러다 불길이 거세지면서 외벽이 무너졌고 콘크리트 더미가 임 소방교를 덮쳤다고 한다. 임 소방교는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었음에도 콘크리트 더미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바람에 머리를 크게 다쳤다. 오전 1시 16분경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20대 소방관이 사망한 화재현장. 서귀포경찰서 제공
20대 소방관이 사망한 화재현장. 서귀포경찰서 제공
임 소방교는 올해 5년차 소방공무원이다. 대학 시절 응급구조를 전공하고 119센터에서 실습을 하는 등 오랫동안 소방공무원의 꿈을 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소방본부는 “임 소방교는 각종 사고 현장에서 늘 남보다 앞서서 활동하는 적극적인 직원으로 이날도 가장 먼저 화재 현장에 도착해 불을 끄다 사고를 당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제주소방본부는 현충원 안장 등 순직 소방공무원 보상 및 예우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하늘의 별이 되신 임 소방교의 명복을 빈다”며 “도민 안전을 위해 거대한 화마 앞에서도 두려움 없이 임무에 나섰던 고인의 용기와 헌신,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귀포=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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