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지쳤다’…AI 모델로 月1400만원 수익

  • 뉴시스
  • 입력 2023년 11월 30일 15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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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출신 AI 인플루언서 아이타나 인기
광고 에이전시가 개발…인플루언서 마케팅 대안 부상
트렌드 반영해 캐릭터 구축…月400만~1400만원 수익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 25세 여성 인플루언서 아이타나(Aitana). 분홍색 머리카락과 활기찬 성격이 트레이드마크인 이 인플루언서는 20만명 가까운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확보하고 있으며, 많게는 한 달에 1만 유로(약 1400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아이타나는 실제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 기술로 만든 가상의 인물이다. 29일(현지시간) 유로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아이타나 만든건 스페인의 모델 에이전시 더 클루리스(The Clueless)의 설립자이자 디자이너 루벤 크루즈다. 인플루언서를 모델로 한 여러 광고 프로젝트들이 어려움에 빠지자 사람 대신 활동할 가상인간을 만들어냈다는 설명이다.

크루즈는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많은 문제들로 인해 프로젝트들이 보류되고 있거나 취소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종종 그것은 디자인의 문제가 아니라 모델과 인플루언서의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아이타나는 인스타그램에서 활동을 시작한지 5개월 만에 17만명의 팔로워를 확보할 정도로 유명인이 됐다. 생성형 AI 기술의 발달로 사람과 거의 유사하고 매력적인 가상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아이타나 실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팬들도 있다. 가끔은 유명 연예인들이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보내 데이트를 신청할 정도다.

이 인플루언서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아이타나 광고 한 편 당 1000 유로(약 140만원)를 정도를 받는다. 최근에는 한 스포츠용품 업체의 메인 모델이 되기도 했다. 월 수입은 평균 3000 유로(약 425만원) 가량이고 많을 때는 1만 유로에 달할 때도 있다.

가상 인플루언서가 활동하는 방식은 실제 사람과는 다르다. 에이전시는 아이티나의 삶을 만들어내기 위해 매주 회의를 한다. 어느 곳을 방문할지, 어떤 사진을 업로드할지를 결정한다. 사진을 만드는 방법은 훨씬 간편하다. 촬영도, 의상을 준비할 필요도 없다. 작업에는 포토샵을 사용하는 AI와 디자인 전문가들만 참여한다.

일반적인 모델들은 디자이너를 위한 ‘빈 캔버스’가 돼야 하기 때문에 개성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에이전씨는 현실감을 주기 위해 아이타나에게 매우 뚜렷한 캐릭터를 불어넣었다. 아이타나는 결단력 있고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운동광이다. 또 외적으로는 분홍색 머리와 동서양의 매력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외모, 스포츠웨어 패션이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크루즈는 “우리는 이 사회가 가장 좋아하는 것에 기반을 두고 아이타나를 만들었다”며 “최근 몇 년 동안 유행하고 있는 취향과 취미, 틈새시장 등에 대해서도 고려했다”고 언급했다.

아이타나의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현재 맞춤형 모델을 섭외하길 원하는 브랜드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로페즈와 디자이너들은 ‘마이아(Maia)라는 이름의 두번째 AI 인플루언서도 만들어냈다.

로페즈의 에이전시는 AI 모델이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시장 가격을 낮추고 큰 광고비를 집행할 여유가 없는 소규모 기업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 규모도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165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은 10년 뒤인 2032년에는 1996억 달러( 약 25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이들과 광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기업과 브랜드들의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SNS 마케팅이 활성화된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해 스타가 된 댄서 노제의 ’광고 갑질‘ 논란이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해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노제가 SNS 광고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계약된 게시물 업로드 요청 기한이 지나도 노제가 게시물을 올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노제가 요청 기한이 지난 뒤에야 게시물을 올렸지만 그마저도 얼마 뒤에 삭제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노제는 해당 업체에게 사과하고 활동을 중단했다.

AI 인플루언서는 중소기업들이 이런 분쟁을 겪지 않고 비교적 낮은 가격에 제품과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도록 설계된 대안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들에게 광고를 의뢰해도 게시물을 올려주지 않거나 광고주의 의견을 잘 반영해 주지 않아 불만을 느끼는 기업이 적지 않다”며 “젊은 세대들은 버추얼 휴먼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는만큼 AI 인플루언서가 대안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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