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첫 국제종합경기대회인 U대회 성공에 지원과 관심을 [디지털 동서남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24일 16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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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충청권 4개 시‧도에선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World University Games)’가 열린다.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이 주최하는 이 대회는 세계 대학생 간의 친선과 우호를 도모하기 위해 2년마다 하계와 동계로 나눠 치러진다. 대학(University)과 올림픽(Olympiad)을 합쳐 ‘유니버시아드 대회(U대회)’로도 불린다.

국내에서 U대회가 열리는 것은 1997년 전북 무주 동계와 2003년 대구 하계, 2015년 광주 하계에 이어 네 번째다. 하지만 월드컵이나 올림픽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지다 보니 충청권 주민들과 체육계 인사들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이 대회가 열리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2027년 U대회 유치는 ‘2030년 하계 아시안게임 충청권 공동유치’가 무산된 덕분(?)이다. 당시 충청권은 2030년 아시안게임 유치에 공을 들였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의 유치의향서 보완 때문에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유치의향서조차 제출하지 못했다. 충청권에서는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2032년 남북공동 하계올림픽’과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전’ 등 비슷한 시기에 국제 행사가 겹치는 것에 정부가 부담을 느낀 거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

충청권 4개 시‧도의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는 ‘드라마틱’했다. 지난해 11월 12일, 개최지를 선정하는 FISU 집행위원회 총회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렸다. 충청권 유치단은 △충청권이 간직한 비전 △메가시티 청사진 △저비용·고효율 대회 개최 등의 강점과 주요 콘셉트를 발표, 호평을 받았다. 22명의 집행위원 현장 투표에서 경쟁 도시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제치고 유치에 성공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마이클 조던 등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를 배출한 곳이다. 투표 직전까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였지만 보기 좋게 예상을 뒤집었다.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 성공으로 충청권은 들떴다. 대회 개최에 따른 경제적 효과 2조7289억 원, 취업 유발 1만499명, 고용유발효과 7244명 등 장밋빛 청사진도 내놨다. 세계 각국의 젊은 엘리트 대학생들이 충청권을 다녀가면 인지도도 크게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은 유치 성공에 대한 기쁨과 기대감보다 준비 부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우선 경기장이 문제다. 2027년 U대회 개회식은 대전에서, 폐회식은 세종에서 열린다. 대전시는 ‘서남부 스포츠타운’을 만들어 개막식을 치른다는 계획이지만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정부의 투자심사라는 벽을 만났다. 시는 해당 지역에 대한 개발제한구역 해제신청을 6월에 제출했지만 언제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행정안전부의 중앙투자심사도 재검토 의견이 나왔다. 이렇다 보니 대전월드컵경기장을 대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장기우 기자
장기우 기자
폐회식을 맡은 세종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4400억 원을 들여 대평동에 종합운동장을 비롯한 종합체육시설을 만들어 치른다는 구상이었지만 경제성이 낮아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설계비를 반영하지 못했다. 각종 심의를 통과해도 대회전까지 경기장 건설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대회 조직위는 행사 장소 변경 등 ‘플랜B’를 검토중이다. 충북에서도 U대회 체조 경기를 위한 체조경기장을 청주에 건립하기로 하자 이를 요구했던 제천에서 ‘홀대론’을 거론하며 크게 반발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올 9월에 출범한 U대회 조직위원회의 정비 필요성도 나오고 있다. 현재 U대회 조직위원장은 충청권 4개 시‧도 단체장이 공동으로 맡고 있어 신속한 의사결정에 대한 어려움과 함께 책임과 권한EH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직위는 단독 위원장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지만 시기는 올해를 넘길 전망이다. 앞서 조직위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대한체육회와 충청권 4개 시‧도가 갈등을 빚어 석 달 넘게 난항을 겪다가 가까스로 구성되기도 했다.

2027년 U대회는 대회의 ‘레벨’을 떠나 충청권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종합경기대회이다. 560만 충청인의 역량과 염원을 모아 유치에 성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청권 스포츠 발전과 체육 기반시설 확충, 충청권 브랜드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모처럼 맞은 기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 국민들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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