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병당 8000원꼴…술값 인상에 “송년회 긴축” “낱잔”

  • 뉴시스
  • 입력 2023년 11월 8일 14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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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하이트진로 소주·맥주 가격 인상돼
출고가 10원 오르면…음식점서 1000원↑
"이제 소주 1병에 1만원 내야 하는 건가"
낱잔으로 파는 술인 잔술 찾는 손님 늘어

소주와 맥주 가격이 잇따라 오르며 술값 부담이 커진 서민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사회초년생들 사이에서는 연말을 맞이해 잡아둔 약속을 줄이거나 취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내일(9일)부터 참이슬 출고 가격을 6.95%(80원), 테라(TERRA)와 켈리(Kelly) 출고가를 평균 6.8% 올린다.

출고 가격이 오르면서 식당이나 주점에서 판매되는 주류 값은 더 큰 폭으로 뛸 전망이다. 주류 출고가가 10원 단위로 인상되면 식당에서는 1000원 단위로 가격을 더 받는 관행 탓이다.

실제 지난해 하이트진로가 참이슬과 진로 출고 가격을 7.9%(85.4원) 인상했을 때 식당 소주 가격은 4000~5000원에서 5000~6000원으로 올랐다.

이미 소주 한 병에 8000원을 받는 음식점이 많은 상황에서 이번 출고가 인상으로 소주가 더는 지갑 사정에 구애받지 않고 즐기는 ‘서민 술’이 아니게 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해 서울 서초구의 한 회사에 취업한 김모(28)씨는 “강남에서 맥주 1병과 소주 2병으로 이뤄지는 소맥 세트를 마시려면 지금도 2만원대가 나온다”며 “이젠 소주 1병에 1만원을 받는 곳이 나올까 봐 무섭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증권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강모(32)씨도 “연말이라 지인들과의 술자리가 많다”며 “밖에서 먹기보다는 누구 집에 모여서 마시거나 굳이 나가야 한다면 콜키지가 되는 가게를 찾아볼 예정”이라고 했다.

취업준비생들이 느끼는 술값 부담은 더 크다. 박모(28)씨는 “가뜩이나 요즘 물가가 많이 올라서 1달에 1번 친구들 만나던 걸 2달 간격으로 늘렸다”며 “다 같이 술을 마시고 이야기하며 취업 준비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류 가격이 오르며 소주나 막걸리를 낱잔으로 파는 소위 ‘잔술’을 찾는 손님들도 늘고 있다.

이날 점심께 뉴시스가 찾은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의 한 음식점에서는 소주 1잔을 1000원에 팔고 있었다. 1병에 4000원인 소주를 4분의 1 분량으로 나눠 전용 잔에 따라 내주는 것이다.

4년 전부터 잔술을 판매했다는 음식점 사장 전영길(76)씨는 “최근에 잔술을 찾는 젊은 사람들이 늘었다”며 “젊은 사람들은 현금을 안 들고 다녀서 계좌 이체를 새로 시작했을 정도”라고 했다.

다만 최근 소주 출고가 인상에 따라 잔술 가격마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전씨는 “1000원짜리 잔술을 같이 팔던 사람들은 이미 2년 전부터 1500원으로 올렸다”며 “우리도 가격 문제 등 여러 가지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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