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픈데 진료 못 받았다’는 한국인 비율, 오스트리아의 30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6일 16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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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진료받지 못한 우리나라 국민의 비율이 오스트리아의 30배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진료비 부담보다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교통편이 불편해 병의원에 가지 못하는 ‘돌봄 체계의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6일 정우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018년 한국의료패널 조사에 참여한 만 18세 이상 1만3359명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 “지난 1년간 병의원 치료나 검사가 필요했는데 받지 못한 적이 있다”는 ‘미충족 의료 경험률’이 11.7%였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해 유럽연합(EU)이 실시한 조사 가운데 설문 문항이 같은 33개국과 비교했을 때 알바니아(21.5%)와 에스토니아(18.9%), 세르비아(11.8%)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오스트리아(0.4%)나 네덜란드(0.8%) 등과 비교하면 15~30배로 높았다.

국내 지역별로는 강원의 미충족 의료 경험률이 22.9%로 가장 높았고, 제주(16.2%)와 전북(14.3%)이 뒤를 이었다.

전남(4.9%)과 광주(5.7%), 울산(6.7%) 등과 비교하면 지역 격차가 최대 4배 이상이었다.

정 교수가 국내 미충족 의료 경험의 이유를 세 범주로 구분한 결과 ‘돌봄 부족’과 ‘시간 제약’, ‘진료비 부담’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돌봄 부족은 건강상의 이유나 어린 자녀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혹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병의원에 방문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경우를 묶은 것이다.

정 교수는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돌봄과 의료를 통합한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지역과 나이, 계층에 따른 ‘의료 소외’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보건행정학회지 최신호에 발표됐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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