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n번방 사건, 범인은 죽고 유포 미국인은 징역20년

  • 뉴시스
  • 입력 2023년 9월 12일 13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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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공개된 100여명 불법 촬영물 재유포
피해여성 극단적 선택 기도, 2차 피해도 발생
재판부 "피해자들 트라우마로 고립된 채 살아가고 있다"

지난 2020년, 10년 동안 여성 100여명을 불법 촬영한 영상을 텔레그램에 공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남성이 있다. 이후 해당 영상의 복제물 등을 재유포한 40대 미국인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13부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과 장애인 관련 기관에 각 10년 간 취업을제한하고 882만6826원 추징을 명령했다.

2020년 11월, 한 남성이 지하철과 버스를 기다리는 여성에게 접근해 환심을 얻거나 소개팅 앱 등을 통해 알게 된 여성들을 상대로 몰래 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텔레그램 등에 유포했다.

10년 간 불법 촬영물의 피해자는 100여명에 달했고 피해자 중 이 남성의 행위를 알아챈 여성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해당 남성은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피해자들의 신상정보와 함께 불법 촬영물을 텔레그램에 유포하고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불법 촬영물은 광범위하게 유포됐고 피해자들 중에는 10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N번방 성착취물 제작·유포 조주빈’ 이후 최악의 유사 사건으로 불리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미국인 A씨는 사망한 남성이 유포한 불법 촬영물에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배경음악을 넣거나 책 형식으로 자체 편집해 인터넷 음란물 전문 사이트에 게시했다. A씨는 자신이 사이트에 올린 영상을 홍보하고 사이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등을 획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상을 통해 10대 피해자들도 그대로 노출됐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PDF 파일로 만들어 배포하는 등 유포 행위를 반복했다.

피해 여성들은 근무하던 회사 상사에게 사직 종용까지 받는 피해를 당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거나 탈모, 위염, 위궤양 등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신적, 신체적인 피해를 겪고 있다.

또 불법 촬영물을 소지한 익명의 가해자들로부터 온갖 성희롱과 인격모독 등 2차 가해까지 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불법 촬영물을 게시한 행위 등이 이뤄진 곳은 미국령인 괌으로 파악됐다.

법정에 선 A씨는 “괌 내에서 불법 촬영물을 반포한 행위를 별도로 처벌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행위를 대한민국 형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미국 연방 형법과 괌 법령에 음란물 고의 공개 행위 등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외국인이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대한민국 국민에 대해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해당돼 국내 형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고립된 채 살아가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피고인이 편집해 유포한 불법 영상물이 재유포되고 있다”며 “피해자들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지도 모를 피해 상황과 아무런 희망이 없는 삶에서 피고인과 같은 재유포자들에 대한 엄벌만이 작게나마 위안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밝히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가 별다른 죄책감 없이 무차별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이뤄질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피고인에게 그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각 인터넷 음란사이트에 유포된 영상을 저장해 소지하거나 시청할 경우 관련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의정부=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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