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한의사도 뇌파 측정기로 치매 진단 가능”… 10년 만에 결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9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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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기 이어 뇌파 측정기 허용
의협 “의료면허 근간 흔들려” 반발

한의사도 의료기기인 ‘뇌파계’(뇌파 측정 기기)를 사용해 치매와 파킨슨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한의사들의 초음파 기기 사용이 가능해진 데 이어 뇌파 측정 기기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8일 한의사 A 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한의사 면허자격 정지 처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소송 제기 10년 만에 내려진 결론이다.

A 씨는 2010년 뇌파계를 사용해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했고, 같은 해 11월 한 언론사가 관련 내용을 담은 기사를 보도했다. 뇌파계는 대뇌 피질에서 발생하는 전압파(뇌파)를 검출해 증폭·기록하는 의료기기로 뇌 관련 질환을 진단할 때 사용된다. 그러나 2012년 복지부는 “면허 외의 의료행위를 하고 의료광고 심의 없이 기사를 게재했다”며 A 씨에게 자격정지 3개월의 처분을 내렸고, A 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에 나섰다.

1심 법원은 A 씨의 뇌파계 사용이 허가된 한방 의료행위를 벗어난 만큼 복지부의 자격 정지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과 대법원은 “뇌파계 사용에 특별한 임상 경력이 요구되지 않고 위험도 크지 않다”며 A 씨의 손을 들어 줬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해도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면서 “뇌파계 등 현대 진단기기를 적극 활용해 최상의 치료법을 찾고 이를 실천하는 것은 의료인의 당연한 책무”라며 “정부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규제를 철폐해 국민의 진료 선택권을 보장하고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뇌파 검사(EEG)를 포함한 전기생리학적 검사는 파킨슨병과 치매의 진단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게 세계신경학연맹 등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이번 판결은 의료인 면허 제도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것이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대법#한의사#뇌파 측정기#치매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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