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 제품 판매부진에 ‘생존 세일’ 나서… 中정부는 ‘디플레’ 말도 못 꺼내게 입단속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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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發 ‘D의 공포’]
폭스바겐도 이달 대폭 할인행사
中, 중기-자영업자에 稅감면 조치

“사람들이 예전만큼 옷을 안 삽니다.”

중국 의류 생산의 중심지인 저장(浙江)성 내 한 방직 공장 관계자가 블룸버그통신에 한 말이다. 직원 350명을 둔 이 공장은 원자재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약 5% 상승한 상황이지만 납품가를 5% 인하하기로 했다. 이 관계자는 “주변 공장들도 다 가격을 내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제품 가격을 3% 내렸다는 원저우(溫州)시의 한 수제 신발 도매업자도 “팬데믹 이후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으로 호황을 기대했지만 자영업자들이 재고부터 팔겠다며 주문을 안 한다”고 토로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자 매출 부진을 겪는 중국 기업들이 ‘생존 세일’에 나섰다고 블룸버그통신이 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의복, 자동차 등의 소비재 가격이 줄줄이 내려가면서 전 세계적 물가 상승 흐름 속에도 중국만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상태로 진입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등 고가 품목에 대해서도 판매 실적이 목표치를 밑돌자 가격을 내리기 시작했다. 폭스바겐은 이달 한 달 동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9종의 가격을 최대 6만 위안(약 1096만 원) 할인한다. 중국 전기차 업체 링파오는 원래 가격이 20만 위안(약 3650만 원)인 승용차를 2만 위안(약 365만 원) 깎아서 판매한다. 중국 증권일보는 “가격 인하 전쟁은 올 하반기에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장기간 상품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 소비자들이 지출을 미룬다”며 “결국엔 기업도 다시 가격을 내려 투자와 일자리가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해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지원에 나섰다. 중국 재정부는 2일 이들에 대해 소득세, 자원세, 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을 앞으로 5년간 절반으로 감면해주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6일에는 국가세무총국이 민간 경제 활성화를 위한 28개 조치를 내놓았다.

중국 정부는 자국 전문가들이 디플레이션의 ‘디’자도 언급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제학 교수 7명 이상이 당국으로부터 ‘수출 감소’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을 주제로 토론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中기업#제품 판매부진#생존 세일#디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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