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노숙자에 옷 벗어주던 70대…장기 기증후 ‘영면’

  • 뉴시스
  • 입력 2023년 7월 19일 14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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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서 쓰러져 뇌사 판정받은 홍남선씨
뇌사 장기기증·인체 조직기증 후 하늘로

겨울철 추위에 떠는 노숙자에게 옷을 벗어주던 70대 남성이 뇌사 장기기증과 인체 조직기증으로 100여 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8일 뇌사 상태였던 홍남선(75)씨가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장을 기증해 1명을 살리고, 인체 조직기증으로 100여 명의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숨졌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6일 자택에서 어지러움을 호소한 후 쓰러진 홍씨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홍씨의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큰 슬픔에 빠졌지만, 평소 누군가 살릴 수 있다면 기증하고 싶다는 홍씨의 뜻을 이뤄주기 위해 뇌사 장기기증과 인체 조직기증에 동의했다고 한다.

홍씨의 조카 이재민씨는 “이모부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셨기에 마지막도 누군가를 살리고 가시는가 보다”며 “하늘나라에서 편하게 즐겁게 계시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전남 담양에서 외아들로 태어난 홍씨는 밝고 활동적인 성격으로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먼저 나서서 도와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월급날이 되면 주변의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식사와 옷을 사주는 것이 일상이었다. 추운 겨울이 되면 추위에 떠는 노숙자에게 옷을 벗어주고 노숙자의 옷을 입고 오기도 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삶의 마지막 순간, 남을 위해 생명을 살리는 기증이라는 결심을 해주신 기증자와 기증자 가족분들께 감사드린다”며 “뇌사 장기기증과 인체 조직기증을 통해 이 순간 아픔과 고통 속에 있는 분들에게 희망이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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