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술상 좀 치워라”…후임 부려먹은 여군간부, 처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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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7월 19일 13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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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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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를 하면서 지각을 일삼고 후배들에게 사적인 심부름까지 시킨 여군 부사관의 정직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행정1-1부(부장판사 이현석)는 19일 A 전 중사가 낸 정직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A 전 중사는 소속 부대 여단장으로부터 2021년 12월 근무지 이탈금지 의무와 성실의무 위반으로 그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재판부는 “(A 전 중사가) 부대 위병소에 도착하면 병사가 신원을 확인한 뒤 보고하고 지휘통제실 근무자가 출입 시간을 시스템에 입력하는 방식”이라며 “시간 오류가 생길 여지가 적다”고 했다.

이어 “직무 관련성이 없어 스스로 해야 할 일을 후배들에게 대신하게 했고, 심지어 물건 구매와 술상 치우기 등 사적 심부름도 시켰다”며 “후배에게 술상을 치우라고 시킨 행위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받은 정직 3개월은 육군의 징계양정 기준에 부합한다”며 “원고의 비위는 군부대 질서를 어지럽히고 사기를 저하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A 전 중사는 여군 부사관으로 2014년에 임관했다. 그는 2020년 육군 모 사단에서 근무할 당시 출근 시간은 오전 8시 30분에서 20~30분 가량 늦게 출근하거나, 점심시간에 위병소에 도착하는 등 지각을 일삼았다. 그가 1년 7개월 동안 지각한 날은 25차례에 달했다.

A 전 중사는 후배 여군 부사관들에게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기도 했다. 그는 2020년 12월 후임인 B 하사에게 카카오 톡으로 “퇴근하고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쓰레기봉투 좀 사다 줄 수 있냐”고 했다. B 하사가 “몇 L(리터)짜리 봉투가 필요하시냐”고 묻자 A 전 중사는 “100L 5장이랑 10L 10장 정도”라고 답했고, B 하사는 마트에서 쓰레기봉투를 사다 줬다.

B 하사는 A 전 중사로부터 “PX에서 음료수를 사다 달라”, “성과상여금 서류를 대신 써달라”는 등의 부탁을 받기도 했다.

A 전 중사는 2021년 1월, 카카오톡으로 후배 C 하사에게 “아침에 아무것도 못 하고 나왔다”며 “내 집(독신자 숙소)에 가서 (술) 상 좀 대충 치워달라”고 했다. C 하사는 선배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A 전 중사의 집에 가서 술상을 치웠다고 한다.

또 A 전 중사는 상활실 근무 때 2시간가량 자리를 비우거나 초과근무 수당을 부당하게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행위로 A 전 중사는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후에는 관련 징계로 현역 부적합 심사에 넘겨졌고 전역 처분까지 받았다.

A 전 중사는 전역 처분의 근거가 된 정직 징계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지각의) 근거가 된 위병소 출입 기록은 잘못 작성돼 믿기 어렵다”며 “물건을 사다 달라고 한 행위는 심부름이 아니라 부탁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독신자 숙소를 치워달라고 한 날은 당직 근무가 예정돼 있었다”며 “전날같이 마신 술상을 간단히 치워달라고 부탁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전 중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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