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사진도 못 찍어”…북한산 뒤덮은 러브버그에 등산객 혼비백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3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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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북한산 정상에 오른 한 등산객이 방충모를 쓰고 그물망을 꼭 붙잡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달 30일 북한산 정상에 오른 한 등산객이 방충모를 쓰고 그물망을 꼭 붙잡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최근 러브버그(사랑벌레)떼가 북한산 정상을 점령해 등산객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북한산을 올랐던 이모 씨(40)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상 백운대에서 찍은 영상을 올렸다. 영상 속 모자와 옷에는 수십 마리의 러브버그가 달라붙은 상태였다. 이 씨는 “웬만해선 벌레를 안 무서워하는데 태어나서 본 벌레 중 제일 많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 곤충의 공식 명칭은 ‘붉은등우단털파리’인데 암수가 쌍으로 다녀 러브버그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해 서울 서북부 중심으로 출몰하다 올해는 서울 전역으로 확산됐다. 최근에는 북한산 정상에 수만 마리가 몰려 바위를 뒤덮고 있다.

지난달 28일 북한산을 등반한 외국인 여성이 러브버그 떼에 파묻힌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달 28일 북한산을 등반한 외국인 여성이 러브버그 떼에 파묻힌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달 24일 북한산을 찾은 김모 씨(31)는 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상을 덮은 러브버그 때문에 기념사진도 못 찍었다. 좁고 위험한 바위 틈에서 벌레를 쫓다 미끄러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북한산을 관리하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은 3일 입장문을 내고 “러브버그는 인간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익충(益蟲)”이라며 “짝짓기 기간이 끝나는 7월 초부터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학적 및 생물학적 방제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탁 트인 곳을 선호하는 짝짓기 습관 때문에 북한산 정상 바위에 모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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