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고향에선]장성군 ‘맛의 고장’ 프로젝트 시동… 음식으로 지역경제에 활력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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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넘어 세계인 입맛 잡자”
국립남도음식진흥원 유치 나서고
‘5대 맛 거리’ 조성해 남도음식 홍보
사찰음식 등 K푸드 우수성 알려

사찰음식 명장인 정관 스님이 전남 장성군 북하면 백양사 천진암에서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에게 사찰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장성군 제공
사찰음식 명장인 정관 스님이 전남 장성군 북하면 백양사 천진암에서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에게 사찰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장성군 제공
전남 장성에는 사찰음식을 맛보기 위해 찾아오는 명소가 있다. 백제 때 창건한 천년고찰인 백양사에 딸린 천진암이다. 천진암은 백양사에서 왼편으로 450m 정도 오르면 나오는 작은 절로, 사찰음식 교육관이 있다. 이곳을 지키는 정관 스님(66)은 한국의 사찰음식을 세계에 알리는 선봉장이다. 2017년 넷플릭스 ‘셰프의 테이블’에 출연한 뒤 세계 각지에서 스님을 만나기 위해 남도의 산사를 찾아오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아카데미’가 정관 스님에게 ‘아이콘 어워드’를 수여했다. 이를 계기로 조계종은 정관 스님을 사찰음식 명장으로 지정했다.

‘음식’으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장성군의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한민국 밥상을 넘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국립남도음식진흥원 유치에 나서고 ‘5대 맛 거리’를 조성해 남도 음식 중심지로 발돋움하겠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 국립남도음식진흥원 최적지
국립남도음식진흥원은 우리나라 음식문화를 발굴·보존·연구·개발하는 국가기관이다. 전남도가 설립을 건의해 농림축산식품부가 현재 설립 타당성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장성군은 국립남도음식진흥원 건립 최적지로 꼽힌다. 광주·전남 최북단에 위치한 전남의 관문으로, 호남고속도로를 품은 데다 KTX까지 경유해 접근성이 뛰어나다. 백양사와 백암산, 축령산 편백숲, 장성호 수변길, 황룡강 등 사계절 아름다운 명소가 여행객의 발길을 끌어모은다.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에 사과, 감, 샤인머스캣 등 ‘명품’으로 꼽히는 농특산물이 많다.

장성군은 ‘K푸드’의 우수성을 알리고 체험할 수 있는 음식을 개발하기 위해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고 연구 중이다. 현재 첫손에 꼽히는 메뉴가 백양사 사찰음식이다.

채소 위주의 사찰음식이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진 현대인의 영양 불균형을 보완할 수 있는 음식으로 알려지면서 해외 유명 셰프들도 사찰식을 주목하고 있다. 3월 프랑스의 3대 마스터 셰프이자 프랑스 요리 전문학교 ‘르코르동블뢰’ 본교 학과장인 에릭 브리파가 백양사 천진암을 찾아 사찰음식을 배우고 철학을 나누는 시간을 가져 화제가 됐다.

장성군은 르코르동블뢰와 맛을 체험할 수 있는 분교 형태의 초콜릿학교, 스테이크학교 개설을 협의하고 있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르코르동블뢰 졸업생들을 초청해 음식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특화 음식 선보이는 5대 맛 거리
장성군은 5월 ‘장성군 음식특화거리 조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해 민선 8기 공약사업인 ‘5대 맛 거리’ 조성 근거를 마련했다.

2026년까지 100억 원을 투입해 맛 거리를 조성한다. 장어 정식 거리로 알려진 기존 장성호 하류 미락단지를 포함해 총 5곳을 지정한다. 이를 위해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반(TF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9월 최종 보고회를 통해 사업을 구체화한다.

장성군은 향토음식 기반 조성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향토음식에 관심 있는 청년·학생·농업인 등이 참여한 남도·향토음식 진흥 교육 8주 과정을 마무리했다. 국제슬로푸드생명다양성재단과 ‘맛의 방주’ 등재를 위한 향토음식 발굴 간담회도 열었다. 맛의 방주는 소멸 위기에 처한 식재료를 지키는 세계적인 운동으로, 국내에선 92개 품목이 등재되어 있다.

‘마을 조리장’도 발굴한다. 집장, 감 단자 등 장성 식재료를 활용한 고유의 조리법을 지닌 주민을 마을 조리장으로 임명해 향토음식의 맥을 잇게 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업무협약을 맺은 CJ푸드빌과는 사과, 산나물 등 농특산물로 신메뉴를 개발할 예정이다. 동신대와는 업무협약을 통해 미식관광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김영미 동신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서울 등 수도권 여행객에게 장성은 ‘맛의 고장’ 전남이 시작되는 곳”이라며 “지역성을 살린 메뉴를 개발하고 음식 관광에 대한 역량을 쌓으면 남도 음식의 메카로 우뚝 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K푸드로 ‘남도 음식’ 명소 만들겠다”



김한종 장성군수 인터뷰
“음식문화의 가치를 높여 남도 음식 중심지로 발돋움하겠다.”

김한종 전남 장성군수(69·사진)는 2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K푸드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국립남도음식진흥원이 필요하다”며 진흥원 설립 타당성을 역설했다. 또 김 군수는 “5대 맛 거리는 관광 수요를 지역 소득과 연계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다음은 김 군수와의 일문일답.

―국립남도음식진흥원을 유치하려는 이유는….

“남도 음식의 명성을 유지하고 향토적 전통을 보존하기 위해서 국가 차원의 체계적 조사와 기록 보전이 필요하다. 장성은 충분한 여건을 갖췄다. 무엇보다 입지 조건이 좋고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사찰 음식 등 향토 음식이 많다. 정부도 향토 음식을 K푸드로 확장하는 데 관심이 있는 만큼 장성에 유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장성을 대표하는 음식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양질의 식재료가 풍성한 데 비해 대표 음식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는 말을 듣곤 한다. 그래서 이 지점을 깊게 파고들었다. 장성의 음식이 어느 정도 경쟁력을 지녔는지 알아볼 수 있는 이벤트가 지난해 있었다. 3년 만에 열린 ‘장성 황룡강 가을꽃축제’가 시험무대였다. 축제를 통해 장성 음식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어떤 성과가 있었나.

“장성 맛집이 총출동했다고 할 정도로 맛에 자신 있는 향토 식당들이 대거 참여했다. 음식 가격 또한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으로 맞췄다.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을 축제장 중심부에 배치해 축제와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삼박자’가 보기 좋게 적중해 향토 식당 총매출액이 4억1000만 원대에 육박하는 등 대박을 냈다. 소비자 요구 사항을 수용하면서 즐길거리를 갖춘다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5대 맛 거리’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특화 음식을 개발해 지역을 관광명소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5대 맛 거리가 조성되면 백양사 사찰 음식 등 기존 음식문화와 더불어 상승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남도를 대표하는 음식 명소로 가꿔 장성 관광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겠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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