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순서가 바뀌었다[이미지의 포에버 육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0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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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생의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겪는 일화와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가사도우미와 육아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한 지 벌써 10년이 다 돼간다. 아이를 낳고 한동안은 어떻게든 부부 힘으로 육아와 집안일을 해보려고 아등바등 노력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포기하고 말았다. 직장 다니고 다자녀 키우면서 다 부여잡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마음은 정했지만 많은 부침이 있었다. 요새 ‘오복(五福) 중 단연 으뜸은 이모복’이라 하던가.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어떤 때는 서비스가, 어떤 때는 사람이 맞지 않아 인력을 교체하는 일이 반복됐다. 맞는 사람은커녕 사람 찾는 것조차 어려울 때도 많았다. 도우미 인력이 줄어드는 것인지 과거처럼 동네에 전단지를 붙이거나 아는 사람을 통해 알음알음 구해서는 사람이 구해지지 않았다. 그렇게 오래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육아도우미 한 분이 매일, 가사도우미 한 분이 주기적으로 오시는 현재의 형태로 정착했다.

얼마 전 정부가 내놓은 ‘외국인 가사 근로자 도입’ 방안을 보면서 반색과 우려가 교차했던 이유다. 업계 인력이 늘어난다는 측면에서는 분명 반가운 일이었지만, 과연 만족할 만한 양질의 인력이 들어올지는 의문이었다. 더구나 이것이 육아도우미 수요를 상당 부분 충족해 ‘저출산 대책이 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에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 고령층 고학력화…국내 가사 인력 감소
내국인 가사 인력의 수는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사 서비스 종사자 수는 2016년 18만6000명에서 6년 만인 지난해 11만4000명으로 38.7% 줄었다.

앞으로도 이런 인력 상황은 크게 개선될 것 같지 않다. 가사 서비스 근로자의 인력 풀이 될 수 있는 중장년층 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그 안에서 고학력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한 연구 추계에 따르면 2040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 3명 중 1명, 2051년에는 2명 중 1명이 대졸자가 될 것이라고 한다. 주로 저소득, 단기직에 고된 이미지인 가사서비스업에 이런 고학력 중장년층 인력이 대거 유입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최근 다른 기사 때문에 취재한 한 60대 대졸 여성도 ‘가사 등 돌봄 서비스 종사하는 게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벌이도 얼마 안 되는 일을 하느니 덜 벌고 덜 쓰는 게 낫다”고 답했다.

육아도우미 여성이 한 가정에서 영아를 돌보고 있다. 동아일보DB
육아도우미 여성이 한 가정에서 영아를 돌보고 있다. 동아일보DB
이런 가운데 맞벌이 가구의 비중은 꾸준히 늘어 가사 근로자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오를 전망이다. 기자 주변에도 가사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맞벌이 부부가 거의 없을 정도로 최근 맞벌이 가구 가사 서비스 ‘외주화’는 일반적인 추세다. 지난해 말 통계청 조사 결과 맞벌이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46.3%를 차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출산율, 고용률을 높여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갈수록 쪼그라드는 가사 서비스 인력 풀에 대한 대책이 시급했을 것이다. 가사 근로자의 안정적 이용이 출산, 일자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아이들을 9년째 봐주고 계신 육아도우미가 아니었더라면 아마 기자 역시 감히 아이 넷을 키우며 일을 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 ‘값싼 이용’ 어렵고 육아돌봄 수요는 ‘글쎄’
문제는 외국인 가사 근로자 도입의 사회·경제적 비용 대비 효과다. 당초 외국인 인력을 들이기로 한 이유 중 하나는 국내 인력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일·가정 양립에 너무 큰 비용이 들어서 출산이나 복직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값싼 외국 인력’을 들이면 이들의 고민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막상 외국인 인력에 기대만큼 낮은 급여를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외국인 가사 근로자에 국내 최저임금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가를 두고 찬반이 오가고 있지만, 설령 최저임금 기준을 별도 적용한다고 해도 크게 낮은 임금수준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급여가 너무 적으면 인력이 대거 유입되지도 않을 테고, 애써 구해온 가사 인력이 상대적으로 고임금인 다른 분야로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농·어업에 종사하겠다며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온 외국 인력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또 다른 외국인 인력과의 형평성, 인력 송출 국가와의 외교적 관계 등도 고려해야 한다.

지나치게 낮은 급여를 책정할 경우 내국인 노동시장에 미칠 악영향도 거론된다. 가사 서비스 업계는 ‘값싼 외국인 인력’이 안 그래도 열악한 국내 가사 인력 처우 수준까지 끌어내려 국내 인력 감소만 가속화 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임금을 국내 인력과 비슷하게, 또는 같은 수준으로 맞춘다면? 기존 도입 명분이 다소 무색해짐은 물론 국내 수요를 크게 충족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현재 가사 근로가 허용된 조선족(해외동포) 인력도 내국 인력과 비교하면 그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외국인 가사 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할 동남아 여성을 현재 내국 근로자와 같은 조건으로 고용해야 한다면 그들에 대한 수요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가 애초 도입 목적으로 내세운 ‘저출산 해소’에는 정말이지 도움이 안될 가능성이 크다. 자녀 수가 줄면서 자녀 한 명에게 쏟는 부모의 관심과 기대는 더 커졌다. 돌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비슷한 급여를 주면서 굳이 말도 통하지 않고 내국인 인력만큼 신뢰를 담보할 수도 없는 외국 인력을 하나, 혹은 둘뿐인 자녀의 돌보미로 쓸 부모가 몇이나 될까.

“아이 언어능력 향상을 위해 외국 인력을 찾는 부모도 있을 것”이라 전망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교육 수요는 기본적인 돌봄의 요건이 충족됐을 때나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당장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한데 돌봄에 앞서 교육을 기대하는 건 사치다. 돌봄은 돌봄을 잘하는 사람에게, 교육은 교육을 잘하는 사람이나 기관에 별도로 맡기려는 부모가 더 많을 것이다.

이민여성 취업박람회 모습. 동아일보DB
이민여성 취업박람회 모습. 동아일보DB
청소, 요리 등 일반적인 가사 서비스나 노인 돌봄 서비스의 경우 육아 서비스보다는 외국인 인력의 효용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급여 수준에 따른 수요, 다른 업계로의 이탈 우려, 근무지 내 인권 보호 문제 등 외국인 인력 도입에 따라 고민해야 할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 기존 돌봄·가사 서비스 지원부터 늘렸으면
사실 기자는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아이돌보미 서비스와 민간알선업체를 통해 현 육아도우미, 가사도우미를 각각 고용했다. 기관·업체를 통해 고용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개인적으로 구하는 것보다 믿을 수 있는 인력이 투입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고, 급여나 근로조건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점 역시 좋았다. 여가부가 정한 금액, 알선업체가 시세를 감안해 설정한 급여로 이용한 시각만큼 카드 결제하면 끝이었다. 아이돌보미는 ‘선생님’, 청소업체 가사도우미는 ‘매니저님’이라 불러야 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기자가 현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던 시점에는 없었지만, 현재는 가사근로자법에 따라 가사도우미도 정부의 공식 인증을 받은 업체에 등록해 활동하는 인력 풀이 생겼다.

몇 달에 한 번 아이돌보미 제공 기관에서 이용자 대상 설문조사를 한다. ‘아이돌봄 서비스에 대해 바라는 점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기자의 대답은 늘 한결같다. “인력을 늘리고, 정부 지원금도 올려 달라.” 물론 인력과 정부 지원이 조금씩 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수요 대비 턱없이 부족하다. 흔히 아이 넷, 맞벌이 가구라고 하면 “국가가 애들 다 키워준다”고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기자는 매달 200만 원이 넘는 이용요금을 고스란히 내면서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비용 지원 대상이 저소득층에 한정돼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기자처럼 이용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아이돌보미 수가 부족해 애초 원하는 시간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가구도 다수다.

지난해 5월 가사 서비스 종사자들이 국회 앞에서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지난해 5월 가사 서비스 종사자들이 국회 앞에서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이렇게 기존에 존재하는 서비스들 지원을 늘리면 유입되는 근로자가 늘고 이용 비용도 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외국 인력을 도입하는 데 들이는 비용을 아이돌보미 지원 비용으로만 돌려도 수혜를 입을 가구가 적지 않을 것이다. 정부에 공식 등록된 가사 서비스 업체에 한해 인건비를 지원하는 건 어떨까? 가사 서비스 업계 종사자들은 국내 인력이 줄어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열악한 급여, 처우와 사회적 지위’를 꼽는다.

외국 인력 도입은 신중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수요자와 수요처에 대한 면밀한 조사도 필요하다. 지난해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제재가 완화되면서 해외동포 인력 유입이 다시 늘어날 수도 있다. 조금 시간을 두고 국내 시장 개선에 먼저 주력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현명하지 않을까 싶다. 혹을 떼려다 혹을 붙이는 일이 안되려면 말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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