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지만 잘 싸웠다”…광화문광장 붉게 물들인 붉은악마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9일 10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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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시민들이 대한민국과 이탈리아의 U-20 월드컵 4강전 거리응원을 위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모여 있다. 뉴스1
“U-20 대표팀 되는 게 목표예요. 대표팀 형들 고생많으셨습니다.”
이탈리아를 상대로 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이 있던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응원하던 추경민 군(14)은 “처음으로 거리응원에 나와 대표팀 형들을 봐서 즐거웠다”며 경기의 감동을 전했다.

이날 오전 5시 광화문광장은 밤새 비가 내려 바닥이 촉촉히 젖었지만 10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응원전은 펼쳤다. 6시부터 시작된 경기는 결과는 1 대 2로 대한민국 대표팀의 결승 진출이 좌절됐지만, 시민들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다.

시민들은 저마다 붉은색 축구 유니폼이나 티셔츠를 입고 ‘붉은악마’를 상징하는 뿔 모양 머리띠를 차고 거리 응원에 나섰다. 경기 시간대가 출근이나 등교 시간과 겹쳤지만 시민들은 응원전에 참여해 대표팀을 향해 응원의 박수를 던졌다.

직장인 최모 씨(43)는 “경기를 다 보고 출근하려고 유연근무제를 이용했다”며 “사람들이 이렇게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4강전에 진출해준 대표팀에게 고맙다”고 했다. 대학생 김민수 씨(23)는 “시험 기간이지만 한 경기만 이기면 결승인 중요한 경기라서 축구동아리 부원들과 함께 응원을 나왔다”고 기뻐했다.

이탈리아 선수의 선제골이 터지자 곳곳에선 아쉬운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내 시민들은 다시금 “대~한민국!”을 외치며 대표팀을 북돋았다. 9분 만에 이승원 선수가 페널티킥을 성공해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리자 앉아있던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를 외쳤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이탈리아의 U-20 월드컵 4강전에서 대한민국 득점이 나오자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후반 41분 이탈리아의 프리킥 성공으로 경기가 기울자 시민들의 탄식이 이어졌지만, 시민들은 대표팀을 격려했다. 대학생 백기준 씨(21)는 “지난해에는 군인 신분이라 거리응원을 못 왔지만 오늘 와서 기쁘다”며 “지금 대회가 끝이 아니니 선수들이 기죽지 말고 앞으로도 잘 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직장인 유정무 씨(25)는 “4강이라는 성적이 나쁜 성적이 아니니까 3, 4위전에서 3등이라도 할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고 했다.

이날 서울시, 종로구청, 경찰, 소방, 서울교통공사 등 인원 181명, 거리응원전 주최 측 114명 등 총 295명이 현장에서 안전활동에 주력한 결과, 거리응원전은 별다른 안전사고 없이 끝났다.

이기욱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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