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韓실업급여 하한액, 평균임금의 44%… “구직 의욕 저해”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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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26%-日 22%-美 12%보다 높아
올해 하한액 월 최소 184만7040원
최저임금 근로자 실수령액과 비슷
“최저임금 연동 탓… 제도 개선을”

지난해 우리나라의 실업급여(구직급여) 하한액이 근로자 평균 임금 대비 4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로 결정된다. 실업급여 하한액이 최저임금 근로자가 받는 실제 월급과 비슷해 “실업자들의 구직 의욕을 꺾는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실업급여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 韓 실업급여 하한액, OECD 최고
1일 OECD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회원국들의 평균 임금 대비 실업급여 하한액 비율은 21.6%다. 하한액을 집계한 18개 회원국의 40세 근로자 평균 임금과 비교한 통계다. 한국은 44.1%로 18개 국가 중 가장 높았다. 프랑스(26.0%), 일본(22.0%), 미국(12.0%)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차이가 컸다. 독일, 캐나다, 노르웨이 등은 하한액이 없다.

실업급여 하한액이 높아진 건 최저임금과 연동하는 우리나라의 결정 방식 때문이다. 실업급여는 원래 이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의 60%를 주지만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저임금의 80%’를 하한선으로 설정했다.

올해 하한액은 하루(8시간 근로 기준) 6만1568원으로 상한액(6만6000원)과 4432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매달(30일) 최소 184만7040원을 받을 수 있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9620원)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201만580원인데, 4대 보험료 등을 제외한 실수령액을 고려하면 실업급여가 오히려 많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실업급여가 오히려 실업자의 구직 의욕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지난해 OECD 통계를 보면 최저임금 근로자가 실직 후 6개월간 받는 급여(실업급여, 실업부조 등)의 소득대체율이 한국은 106%로, OECD 평균(69%)을 크게 웃돌았다.

OECD는 지난해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한국은 실업급여 수급액이 순 최저임금보다 많은 유일한 회원국으로 수급자가 최저임금 일자리 취업 시 소득 손실이 발생한다”며 “그래서 근로자가 굳이 일을 해야 할 동기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 노동계는 개편에 반발… 전문가 “개선 필요”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올 3월 고용보험위원회 내에 ‘소득기반 고용보험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 문제를 논의해 왔다. 실업급여 하한액을 조정하고 반복 수급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동계, 경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해당 연도 기준 직전 5년 동안 실업급여를 3번 이상 받은 반복 수급자는 2018년 8만2000명에서 2022년 10만2000명으로 늘었다. 정부는 높은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면 반복 수급자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 안전망이 축소될 것이라며 제도 개편에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달 24일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면 저임금 취약계층 근로자의 생계 유지에 커다란 타격이 될 것”이라며 TF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 제도는 반복 수급을 부추기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 개선이 필요하다”며 “그 대신 실업급여가 정말 필요한 계층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6일 실업급여 하한액 규정을 없애는 대신 취업이 어려운 취약계층에 주는 개별연장급여를 확대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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