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당한 지적장애인 가족에게 호통친 판사,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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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5월 18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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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까지 그렇게 해 버리면 피해자는 어디로 갑니까.”

제주도의 한 법정에서 판사가 성추행 피해자의 가족들을 향해 호통치는 일이 일어났다. 피해자인 지적장애인에게 고모 등 친척들이 합의를 강요한 것을 판사가 알게 된 것이다.

18일 제주지법 제2형사부(진재경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장애인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기소 된 70대 A 씨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A 씨는 지난해 지난해 10월 제주시의 한 창고 안에서 지적장애인인 B 씨(남성)를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이날 공판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재판부에 B 씨의 처벌불원 의사가 담긴 합의서를 제출했다.

그러자 B 씨의 변호인은 해당 합의서에 피해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방청석에 앉아있던 B 씨에게 사실 여부를 물었다. B 씨는 “합의하고 싶지 않았다”며 “고모들이 합의하라고 시켰고, 합의금 1300만 원도 고모들이 받았다”고 했다.

이 말은 들은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분노하며 “설령 피해자가 장애로 인해 온전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무엇보다 피해자의 의사가 존중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아프다는 피해자 입장을 더 대변해 줘야지 가족까지 그렇게 해 버리면 피해자는 어디로 가느냐”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A 씨의 변호인에게 “피해자가 또다시 가족에 의해 압박받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주의를 줬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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