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스폰서’ 사업가 “강래구, 압수수색 직후 전화해 녹취 설명”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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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姜, 이정근 녹취에 내이름 있다 해”… 檢 수사 들어가자 회유 시도 의혹
사업가 金씨, 野의원 12명에 후원금
윤관석에는 두차례 1000만원 줘
檢, 다음주 金씨 불러 자금 조사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돈을 마련해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가운데)이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을 나오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돈을 마련해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가운데)이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을 나오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에서 ‘스폰서’로 지목된 사업가 김모 씨가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이나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돈을 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검찰이 강제수사에 들어가자 강 회장이 다급하게 김 씨에게 연락을 취하는 등 회유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 강래구, 압수수색 직후 김 씨 회유 정황

김 씨는 20일 저녁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강 회장이 약 일주일 전 내게 전화해 검찰이 확보한 이정근 통화녹음 파일에 내 이름이 등장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12일 압수수색을 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하자 강 회장이 다급하게 김 씨에게 연락해 입을 맞추거나 회유하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이 확보한 ‘이정근 녹취록’에는 강 회장과 이 전 부총장이 김 씨를 두고 “그 사람밖에 없잖아. 다른 스폰이 있나”라며 돈을 더 받아내는 방법을 전수하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강 회장이 지인으로부터 8000만 원을 마련해 윤관석 의원 등을 통해 의원과 캠프 관계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녹취록에 ‘스폰서’로 등장하는 김 씨가 실제 강 회장에게 돈을 전달했는지 등에 대해 수사 중이다.

이에 대해 김 씨는 “강 회장으로부터는 돈을 달라는 전화를 받은 적조차 없다. 내게 돈을 막 요구할 수 있는 그런 사이가 아니다”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또 그는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 3개월여 전 하던 사업에서 4억 원 정도 사기를 당해 정말 힘든 상황이었다”며 “그때 이 전 부총장으로부터 돈을 좀 지원해달라는 전화가 왔는데 ‘내가 영길이랑 오랜 친구고 더 친한데 왜 당신을 통해 주느냐’며 거절했다”고 밝혔다. 송영길 전 대표와 친분이 깊은 만큼 중간에 다리를 놔줄 사람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게 그가 평소 쓰는 ‘거절’ 방법이라고 했다. 또 “녹취파일 보도를 보면 이 전 부총장이 나를 ‘호구’로 보고 돈을 받아내려고 논의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돈을 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 김 씨 “후원금 낸 건 많지만 ‘검은돈’은 없어”

두 사람과의 인연에 대해선 “내가 강남에서 사업을 오래 해 부자인 데다 민주당 성향이라고 소문이 났는지 이 전 부총장이 10년여 전쯤 나를 찾아왔다”며 “강 회장의 경우 서울 반포에서 오래 활동한 사람이라 인연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

81학번으로 운동권 출신인 그는 송 전 대표 등 당내 586 의원들과 예전부터 가까운 사이로 의원이 된 친구들에게 후원금을 냈다고 했다. 김 씨는 “공식 후원금 계좌로 얼마씩 후원금을 낸 적은 많지만 ‘검은돈’을 준 적은 없다. 송영길 캠프에 가서 직접 몇 명을 만나 밥을 사 준 게 전부”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실제로 김 씨는 2008∼2022년 윤관석 송갑석 의원 등 수도권 및 호남 지역 민주당 의원 12명에게 총 6500만 원가량을 후원했다. 특히 이번 돈봉투 사건에서 피의자로 입건된 윤 의원에게는 2018년과 2022년 등 두 차례 500만 원씩, 총 1000만 원의 후원금을 냈다.

검찰은 다음 주중 김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자금 출처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조사를 열심히, 성실하게 잘 받았다”며 “아는 것을 이야기하고 소명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압수수색을 회피하려 했다는 검찰의 주장에는 “그건 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강 회장은 앞서 영장심사에 출석하면서는 ‘녹취록이 공개됐는데 할 말 없느냐’는 질문에 “언젠가는 말할 날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 한동훈 “승부 조작 수사하면 스포츠 탄압이냐”

한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돈봉투’가 정치권 관행이란 주장에 대해 “그런 황당한 말씀을 하시는 분들은 어느 나라 국민을 대표하시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또 민주당 일각에서 돈봉투 수사를 두고 ‘기획수사’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이든 누구든 민주당 관계자들에게 돈봉투 뿌리는 대화를 하라고 억지로 시키지 않았다”며 “의원 매수 수사하는 것을 정치탄압이라고 한다면 승부조작을 수사하면 스포츠 탄압인가.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고 일축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돈봉투 스폰서#강래구#압수수색#녹취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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