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서 장애인이 세탁·식당 근무…“인권 침해”

  • 뉴시스

정신요양시설에서 입소 장애인들과 계약을 맺고 식당 등에서 일을 시키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판단했다.

8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는 정신요양시설인 A시설 원장에게 작업치료사업이 단순노동이 아닌 입소자의 치료·재활 및 사회적응 목적에 부합하도록 작업치료지침을 준수할 것을 권고했다.

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작업치료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의 취지와 달리 단순노동 형태로 운영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신요양시설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권고했다.

이 사건 피해자 10명은 A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입소자다. 이들이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진정인은 시설이 입소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지 않고 노동력을 착취했다고 주장했다.

A시설 측은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부득이 입소자 5명을 세탁 작업에, 6명을 식당 작업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A시설 측은 “정신 및 신체적으로 직업에 참여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전문의 소견이 있는 생활인 중 본인이 희망하는 자에 한해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일반인에 비해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아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지만, 작업에 참여한 시간을 계산해 최저임금을 지급했다”며 “노동 착취 및 임금 지급에 위반사항이 있었다면 관할 관청과 복지부로부터 지적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이 사건 피해자 10명은 A시설과 정신장애인 근로계약서를 체결해 세탁 및 식당 작업에 참여했다. 계약서에는 치료 목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의학적으로 적합하다는 취지의 전문의 소견이 기재돼 있다. 이들은 계약에 따라 주 5일 세탁 또는 식당 작업에 투입됐다.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정신요양시설의 설치기준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은 입원 환자가 사회 복귀 훈련 목적으로 봉투 붙이기, 해당 시설 자체 청소·취사·세탁 등 단순 작업에 투입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인권위는 피해자들의 작업 참여가 관련법상 치료·재활 목적이 아닌 단순한 노동에 가깝다고 봤다. 따라서 피해자들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으며 최적의 치료를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사회적응을 위한 작업치료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채 근로계약 체결로 작업이 진행됐다”며 “피해자들의 작업은 A시설의 편의에 따라 활용된 측면이 높다”고 했다.

이어 “복지부의 작업치료지침은 작업 시간·내용 등을 치료기록지에 기재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며 “피해자 중 일부는 한 달 동안 휴일 없이 작업에 참여한 사실이 확인돼, 작업이 치료계획하에 시행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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