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례 화재’ 한국타이어 흑역사 내막…“방재노력도 소용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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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14일 17시 08분


14일 오전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전기안전공사, 대전지방고용노동청 등 관계기관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감동감식을 진행했다. 사진은 공장 전경 모습. 대전소방에 따르면 지난 12일 발생한 화재로 2공장 대부분과 옆으로 이어진 3물류창고가 전소, 보관된 타이어 약 21만개가 불에 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23.3.14. 뉴스1
14일 오전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전기안전공사, 대전지방고용노동청 등 관계기관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감동감식을 진행했다. 사진은 공장 전경 모습. 대전소방에 따르면 지난 12일 발생한 화재로 2공장 대부분과 옆으로 이어진 3물류창고가 전소, 보관된 타이어 약 21만개가 불에 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23.3.14. 뉴스1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161390) 전체 타이어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대전공장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해 공장이 멈춰섰다. 지난 2002년을 시작으로 한국타이어 공장이 불길에 휩싸인 건 모두 다섯 차례로, 국내 다른 타이어공장들에 비해서도 유독 화재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타이어공장의 특수성을 반복되는 화재 원인으로 꼽았다. 불에 잘 타는 물질이 항상 쌓여 있기 때문에 작은 불씨 하나도 대형 화재로 번질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공장 ‘노후화’도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대전공장은 지난 1979년 준공,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타이어공장이다.

지난 2002년 3월 한국타이어 충남 금산공장 원료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천연고무를 비롯한 각종 저장원료를 태웠다. 당시 재산피해액은 3억원으로 추산됐으나, 판매 및 수출 차질 등으로 총 360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2월에는 대전공장 작업동 옥상에서 발생한 화재는 집진시설 등을 태우고 인명피해 없이 진화됐고, 재산피해액도 크지 않았다. 2010년 4월엔 금산공장 변전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공장 가동 중단으로 약 3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타이어가 계속되는 화재에 본격 대비를 하게 된 계기는 2014년 대전공장 대규모 화재다. 2014년 9월 대전공장 1공장 물류창고에서 시작된 불씨로 물류창고(4627㎡)와 타이어 완제품 18만여개가 소실됐다. 12시간만에 겨우 완진된 이 불로 소방당국 추산 66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한국타이어는 이후 공장 내 화재감지기와 CCTV를 설치하고 소방차를 운영하는 등 소방방재 기준을 강화했지만 이번 재난을 막지는 못했다. 이번엔 생산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해 피해가 더욱 컸다.

지난 12일 대전 2공장 내 가류공정(타이어 반제품을 성형한 뒤 열을 가해 찌는 공정)에서 발생한 불씨는 2공장의 물류동과 원료공장까지 확대됐다. 약 13시간 만에 잡힌 불길은 2공장을 전소시키고 약 21만개의 타이어를 태운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공장은 한국타이어의 전체 생산량 중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생산기지 중 하나다. 1공장과 2공장을 합쳐 하루 평균 4만개에서 4만5000개가 생산되며 연간으로는 2000만 개 정도가 생산되는데, 이번 화재로 타이어 생산을 중단하며 공급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거듭된 화재에 한국타이어의 방재 조치가 적절했는지 의문이 일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노후화’ 시설 탓에 화재예방 조치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반 건축물도 그렇지만 공장 같은 경우 한 번 지어지면 내부를 바꾸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노후화가 진행되어 화재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오랜 시간을 들여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까지 노후화된 공장을 정비하거나, 새로 짓는 것은 업체 입장에서 어려운 결정”이라며 “안전을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기업들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는 등 여러 가지 대책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대전공장 설비 현대화를 위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었다”며 “화재 원인이 규명되면 그 부분을 우선적으로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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