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역할’ PA간호사 벌써 1만명…병원 “더 뽑자” 法은 “무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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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2월 15일 0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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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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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장이 의사 진료행위를 보조할 간호사를 채용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면서 의료계의 오랜 논쟁거리였던 ‘진료보조인력’(PA·Physician Assistant) 이슈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공의가 부족해 의료의 질 저하가 불가피했던 진료과에 음지의 PA들이 존재해왔고, 전공의 대신 애썼으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간 불법임에도 계속 늘어났던 PA를 없앨지, 제도화해 유지할지부터 고민할 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수의료 지원대책과도 연관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의료법에 없는 PA들…서울대병원, 제한적으로 CPN 운영 중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이 지난해 12월 ‘방사선종양학과 계약직 PA간호사 채용’ 공고를 낸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불거졌다. 공고에 따라 병원이 PA간호사 1명을 채용한 데 대해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지난 3일 박승우 병원장 등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병원은 의료계에서 통용되던 ‘PA간호사’라는 용어를 쓰면서 논란이 일어났다며, 간호사 면허범위를 넘어선 지시는 없었고 앞으로 이 용어를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병원의 공고 자체가 의료법 위반 사안이 되기는 어렵다면서 실제 현장에서 어떤 업무를 했고, 누가 어떤 지시를 내렸을진 들여다봐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PA는 병원이 진료의사 부족 문제를 해소하려 마련한 인력을 말한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는 PA 면허가 있는데 현행 국내 의료법에는 의사와 간호사는 있으나 PA는 없다. 면허사항 이외의 의료행위로 간주하고, 간호사가 PA의 대부분이라곤 하지만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가 PA 업무를 하는 병원도 있다.

업무의 경계도 모호하고 병원마다 SA(Surgeon Assistant), 진료보조인력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전공의 등 의사 인력이 부족한 외과 분야에서는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았고 제도화 필요성도 꾸준히 거론돼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의료현장에 1만명 이상의 PA간호사가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병원의사들 “무면허 인력” 반발…그러나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논의 이뤄져야

서울대학교병원은 2021년 7월부터 의료법과 간호사 면허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부족한 의사 인력의 업무를 일부 하는 임상전담감호사(CPN)를 160여명 두고 있다. 하지만 ‘페이닥터’로 불리는 봉직의의 단체인 대한병원의사협회나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업무에 대한 갈등이 가장 큰 쟁점이다.

PA간호사를 인정하면 의료법상 금지된 간호사의 의료행위를 허용한 게 된다는 취지고, 전공의들도 이들이 전공의 일을 대체하면 임상 경험을 쌓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삼성서울병원을 고발한 임현택 회장도 “병원이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의사 대신 간호사를 채용하려 했다. 비윤리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고질적인 인력난을 해소하려면 ‘PA’로 불리는 인력을 제도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복지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진료지원인력 타당성 검증을 위한 시범사업’에 돌입했으나, PA 양성화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현행 면허 내에서 현장 모호함을 해소하려 관리·운영에 대한 타당성을 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지난해 ‘의대 정원정책,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를 주제로 마련한 보건의료 포럼에서 권복규 이화여대 의대 의학교육학과 교수는 “폭증하는 의료수요는 의료 질 관리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PA 채용 확대로 이어진다”며 “적정 진료가 이뤄지도록 적극적인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2.2.9/뉴스1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2.2.9/뉴스1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조규홍 장관에게 PA간호사 문제를 언급하며 “결국 의사가 해야 할 일을 간호사에게 불법으로 강요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지방에서는 의사, 보건소장 구인난이 나타나고 있다. 제대로 (의료인력 확충을) 논의하려면 다양한 구성원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어느 정도 (의료계와) 논의되면 환자단체 등 다른 단체와도 적극 협의하겠다. 의대 정원 확대는 효과가 나타나려면 10년 이상 걸린다.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해소할 대책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답변했으나 PA와 관련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이평수 전 차의과학대학교 보건의료산업학과 교수는 “‘왜 PA?’라는 부분부터 공론화가 필요하다. 의사인력이 부족해 생겨난 건지, 업무 분화와 위임으로 의사인력 활용을 효율화하려 생겨난 건지 봐야 한다. 이후 제도화가 정해질 것”이라며 “필요성만 따진 뒤에 제도를 마련해봐도 된다. PA에 대한 공론화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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