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위한 값진 희생, 기억하겠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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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U 제복이 존경받는 사회]
동아일보-채널A 제정
제11회 영예로운 제복賞 시상식

동아일보와 채널A가 선정한 ‘제11회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들이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상패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기원 소방경, 정기욱 경사, 고 정두환 경감 형 정인환 씨, 고 황현준 경사
 아버지 황상철 씨, 안준현 중령, 최규호 소방교, 박우근 상사. 뒷줄 왼쪽부터 최영희 경정, 김민정 경위, 고 차주일 경사 및 
최홍준 경감의 동료 나창현 경위, 정현철 경감, 김규빈 소방사 형 김현민 씨, 고 유재국 경위 부인 이꽃님 씨.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동아일보와 채널A가 선정한 ‘제11회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들이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상패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기원 소방경, 정기욱 경사, 고 정두환 경감 형 정인환 씨, 고 황현준 경사 아버지 황상철 씨, 안준현 중령, 최규호 소방교, 박우근 상사. 뒷줄 왼쪽부터 최영희 경정, 김민정 경위, 고 차주일 경사 및 최홍준 경감의 동료 나창현 경위, 정현철 경감, 김규빈 소방사 형 김현민 씨, 고 유재국 경위 부인 이꽃님 씨.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동생은 헬기를 20년 동안 조종하면서 누구보다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했습니다. 살아있을 때 이런 상을 받았다면 정말 좋아했을 텐데….”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소속 고 정두환 경감의 형 정인환 씨(54)는 “나라를 위해 언제 쓰일지 모른다며 경영학 박사 학위, 산업안전기사 자격증을 딸 정도로 매 순간 열심히 살았다”고 동생을 기억했다. 헬기 비행시간이 3000시간이 넘는 베테랑인 고인은 지난해 4월 7일 동료들과 해경 헬기 ‘S-92’에 올라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부산에서 대만 해역으로 향했다. 한국인 6명이 탄 선박 조난 신고가 접수되자 현장 수색에 투입할 중앙해양특수구조단 대원들을 사고 현장까지 이송하는 임무를 맡은 것. 다음 날 새벽 제주해경 소속 경비함에 구조대원과 장비를 무사히 내려준 뒤 제주공항으로 가기 위해 다시 이륙한 헬기는 채 1분도 안 돼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남서쪽 해상에 추락했다.

헬기 부기장이었던 정 경감(51)과 함께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정비사 차주일 경사(42), 전탐사 황현준 경사(28·이상 당시 나이)는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영예로운 제복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에 참석한 황 경사의 아버지 황상철 씨(58)는 “자기가 맡은 일은 꼭 해내겠다는 책임감이 강한 아들이었다. 대전현충원에 상을 잘 전달하겠다”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제복 공무원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동아일보와 채널A가 2012년 제정했다. 11회째를 맞은 올해는 국방부 경찰청 소방청 해양경찰청이 추천한 후보 가운데 대상 3명과 제복상 6명, 위민경찰관상 2명, 위민소방관상 2명, 위민해양경찰관상 1명 등 모두 14명에게 시상했다.

세살 아들 “경, 찰” 순직 아빠 불러… 전신 화상 소방관 “꼭 복귀”


유족-동료들 고인 이름 호명에 눈물
혼수상태 경관 회복해 “참석 영광”
경찰-소방관-군인 등 14명 수상
순직한 영웅 4명은 유족이 참석


“아들에게 이렇게라도 자랑스러운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같이 왔어요.”

제11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이 열린 13일, 이꽃님 씨(36·여)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행사장 화면에 나오는 고 유재국 경위(서울경찰청 생활안전과 한강경찰대·순직 당시 39세)의 생전 모습을 촬영했다.

시상식이 열린 이날은 유 경위의 3주기 이틀 전이다. 유 경위는 2020년 2월 15일 한강 가양대교에서 투신한 사람을 수중 수색하던 중 사고로 순직했다. “한 번만 더 찾아보자”며 물속으로 몸을 던진 유 경위는 수중 구조물에 끼이는 사고를 당해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 씨는 아들 유이현 군(3)을 데리고 시상식이 열린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를 찾았다. 유 군은 현재 강직형 뇌성마비를 앓고 있다. 유 경위 사고 당시 임신 중이던 아내 이 씨는 충격으로 예정보다 4개월 일찍 유 군을 출산했다. “나중에 컸을 때 아빠가 이런 큰 상을 받을 만큼 멋진 사람이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씨의 어머니 박현우 씨(63)도 시상식에 동행했다. 박 씨가 유 군을 끌어안고 “네 아빠가 뭐였다고”라고 묻자 유 군은 어눌한 발음으로 “경, 찰”이라고 말해 주위의 눈물을 자아냈다.

이날 수상한 14명 중 4명은 유 경위처럼 작전이나 근무 중 순직한 이들이었다. 아들과 동생, 남편을 대신해 시상식에 참석한 가족들은 준비된 영상 속에서 영웅들의 빛나는 모습을 보며 울고 웃었다.

대상을 받은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소속 고 정두환 경감(51), 고 차주일 경사(42), 고 황현준 경사(28·이상 당시 나이)의 가족과 동료들은 수상자로 그리웠던 이름이 불리자 단상으로 향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당시 부기장이었던 정 경감은 해군 헬기를 20년 동안 조종하고 2017년에 수석으로 해경에 들어갔을 정도로 나라를 사랑했다고 한다. 정비사 차 경사는 2014년 헬기 정비사로 해경에 임용된 후 헬기 결함을 여러 차례 발견해 사고를 예방했다. 레이더로 선박의 움직임 등을 파악하는 전탐사 황 경사는 2019년 해경에 임용돼 수많은 해양사고 현장에서 국민들의 안전을 지켰다.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에서 위민소방관상을 수상한 최규호 소방교(앞줄 
가운데)의 소개 영상이 나오자 최 소방교의 어머니(왼쪽)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최 소방교는 2021년 7월 충남 천안시의 한 
공장에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화마 속에서 인명 수색을 하던 중 무너지는 천장 지붕에 깔렸다. 전신 피부 60%가 
손상되는 3도 화상을 입고 양손 손가락을 절단하는 등 4차례 수술 후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에서 위민소방관상을 수상한 최규호 소방교(앞줄 가운데)의 소개 영상이 나오자 최 소방교의 어머니(왼쪽)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최 소방교는 2021년 7월 충남 천안시의 한 공장에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화마 속에서 인명 수색을 하던 중 무너지는 천장 지붕에 깔렸다. 전신 피부 60%가 손상되는 3도 화상을 입고 양손 손가락을 절단하는 등 4차례 수술 후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수상자 중에는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이도 많았다.

박우근 육군 17보병사단 상사(41)는 2021년 11월 경기 김포시 일대 한강변에서 철책 점검 작전에 나섰다가 북한 지뢰를 밟았다. 왼쪽 무릎 아래가 절단된 그는 “뜻깊은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20년간 경찰로 근무한 김민정 부산 영도경찰서 경위(46)는 2016년 납치 피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도 임무를 완수했다. 김 경위는 “제복을 입으면 저도 모르게 힘이 난다. 제복상이 앞으로 더 활약할 힘을 줬다”고 했다.

위민경찰관상을 받은 전북경찰청 안보수사과 최영희 경정(56)은 2021년 3월 해외에서 밀반입한 마약류의 운반책 검거를 위해 나간 현장에서 도주하려던 범인의 차에 치였다. 최 경정은 “혼수 상태까지 갔는데 기적적으로 회복해 오늘 참석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했다.

위민소방관상을 받은 경남 창원 의창소방서 김규빈 소방사(32)는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해 도로에 쓰러진 가로수를 제거하던 중 다른 나무에 깔려 경추 골절로 사지가 마비되는 중상을 입었다. 시상식에 대신 참석한 형 김현민 씨는 “동생도 재활을 열심히 해 다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최규호 소방교(32)는 2021년 7월 화마 속에서 인명 수색을 하던 중 무너지는 천장 지붕에 깔려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다. 휠체어를 타고 시상식에 참석한 그는 “꼭 업무에 복귀한다는 생각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정기욱 제주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경사(36)는 2021년 제주 서귀포시 인근 해상에서 좌초한 어선을 구조하다 구조 보트가 전복돼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회복해 시상식에 참석한 정 경사는 “잊지 않고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대상을 받은 순직자 셋과 함께 헬기를 타고 있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의 최홍준 경감(48)은 위민해양경찰관상을 수상했다. 아직 치료를 받는 최 경감을 대신해 시상식에 참석한 나창현 경위는 그를 “위험이 많은 현장에서도 늘 제복의 무게를 잊지 않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수상자들은 조직과 동료들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1998년 입직한 이기원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소방경(49)은 국내외 재난 현장은 어디든 누볐다. 최근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 구조대로 떠난 후배들에게 “제 몫까지 기적을 써주길 바란다”고 했다. 정현철 경기남부경찰청 오산경찰서 경감(49)은 2001년 입직 후 조직폭력배, 마약사범 검거에 앞장서 왔다. 정 경감은 “지난 경찰 생활 동안 항상 피해자를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면서 수사에 임했다”고 밝혔다.

공군 52시험평가전대 안준현 중령(41)은 지난해 7월 19일 국산 첫 초음속 전투기인 KF-21(보라매)의 조종간을 잡고 33분간 비행에 성공했다. 안 중령은 “군인으로서 주어진 일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

◇대상
고 정두환 경감(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고 차주일 경사(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고 황현준 경사(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제복상
안준현 중령(공군 제52시험평가전대)
박우근 상사(육군 제17보병사단 101보병여단)
정현철 경감(경기남부경찰청 오산경찰서 형사과)
김민정 경위(부산경찰청 영도경찰서 영선지구대)
이기원 소방경(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예방과)
정기욱 경사(제주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위민경찰관상
고 유재국 경위(서울경찰청 생활안전과 한강경찰대)
최영희 경정(전북경찰청 안보수사과)

◇위민소방관상
최규호 소방교(부산시 소방재난본부)
김규빈 소방사(창원소방본부 의창소방서 소답119센터)

◇위민해양경찰관상
최홍준 경감(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심사위원

김진태 전 검찰총장(심사위원장)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인요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제11회 영예로운 제복賞 시상식#값진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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