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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가정폭력 4차례 신고한 아내, 대낮 거리서 남편에 피살

입력 2022-10-06 03:00업데이트 2022-10-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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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서 아내 살해 50대 영장 신청… 남편 “술에 취해 아무 기억 안나”
창원선 前여친 ‘살인미수’ 50대 체포… ‘스토킹 접근금지’ 檢 반려후 범행
신당역 사건 후에도 가해자 분리 미흡
충남 서산에서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40대 여성이 경찰에 4번이나 신고하고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까지 받았지만 대낮에 남편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신당역 역무원 피살’ 사건 후에도 여전히 가해자-피해자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4차례 신고 후 살해당해
서산경찰서는 4일 오후 3시 16분경 서산시 동문동 거리에서 흉기를 휘둘러 A 씨(44)를 살해한 혐의로 남편 B 씨(50)를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5일 밝혔다. A 씨의 비명을 들은 시민들이 B 씨를 제압해 경찰에 넘겼는데, B 씨는 경찰에서 “술에 취해 있어서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한 달 동안 총 4차례 경찰에 가정폭력을 신고했다. 경찰은 첫 신고가 접수된 지난달 1일 부부를 분리 조치했다. 이후에도 B 씨가 찾아오자 A 씨는 두 차례 더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법원에 피해자 보호 명령을 신청하고, A 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피해자 보호 명령이 내려지면 가해자는 피해자로부터 100m 거리 이내 접근과 통신 접촉이 금지된다.

추석 연휴 때문에 법원의 피해자 보호 명령은 지난달 19일 내려졌는데, B 씨는 아랑곳 않고 지난달 26일 다시 A 씨를 찾아갔다. A 씨가 또 신고하자 경찰은 B 씨에게 경찰 출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B 씨는 “일정을 미뤄 달라”며 불응했고 4일 A 씨가 운영하는 가게를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조사 결과 사건 당시 A 씨는 스마트워치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일할 때 손에 물을 묻혀야 하는 직업이라 스마트워치를 잠시 풀어놓은 사이 범행을 당했다”고 했다.
○ 잠정조치 반려 후 살인미수
경남 창원에선 경찰이 신청한 조치를 검찰이 반려한 뒤 피해자가 살해당할 뻔했던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마산동부경찰서는 7월 7일 교제했던 여성을 찾아가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르고 공구로 폭행한 혐의(살인미수)로 남성 C 씨(55)를 긴급체포했다고 5일 밝혔다.

앞서 5월 22일 C 씨는 문과 유리창을 부수고 피해 여성 집에 침입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스토킹처벌법상 접근 금지 등 긴급응급조치를 취했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 반의사불벌 조항에 따라 불송치 결정 후인 6월 긴급응급조치가 해제됐다.

당시 경찰은 피해자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 2개월간 적용되는 잠정조치도 신청했는데 검찰은 이를 법원에 청구하지 않았다. 창원지검 마산지청 관계자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았고, 경찰에서 긴급응급조치를 신청했기 때문에 잠정조치를 반려했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이 잠정조치를 청구했다면 범행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긴급응급조치는 불이행 시 과태료에 그치지만 잠정조치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올 1∼8월 신청한 잠정조치 4378건 중 624건(14.3%)이 검찰에서 반려되거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권 의원은 “경찰이 가해자 분리가 필요하다며 잠정조치를 신청했음에도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스토킹 범죄에 대한 인식이 안일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서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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