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줄어드는 계기 됐으면”…국내 첫 기업형 장애인 오케스트라단 1주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3일 15시 23분


코멘트
6일 오후 1시 경남 창원한마음병원 로비. 비틀스의 ‘예스터데이’(Yesterday)가 은은하고 맑은 핸드벨 연주로 로비에 울려 퍼졌다. 깔끔한 흰색 상의에 까만색 바지를 갖춰 입은 13명으로 구성된 이 병원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주하는 곡이다.

객석에는 휠체어를 탄 할머니, 링거를 꽂은 할아버지, 만삭의 산모 등 환자와 가족, 의료진 200여명이 연주를 감상하고 있었다. 이 병원 환자 김모 씨(61)는 “병원에서 이런 연주를 들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연주를 들으니 몸과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주제곡으로 유명한 ‘라 비에따 벨라’(La vita e bella)가 정동효 지휘자(38)의 손길에 따라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등의 합주로 흘러 나왔다. 관객들은 경쾌한 관현악기의 협주에 맞춰 어깨춤을 추거나 조용히 감상에 젖어들기도 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1시간 여 동안 12곡 연주를 끝내자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날 음악회는 ‘창원한마음병원 오케스트라’ 창단 1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지난해 7월 창단한 이 오케스트라는 20대 발달 장애인이나 뇌병변 장애인 단원으로 구성됐다. 오케스트라는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 단원이 9명이었지만, 현재는 25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모두 병원에서 직접 고용한 직원이다. 장애인 활동 지원단체 ‘희망이룸’을 통해 이 병원에서 연주를 시작한 이들은 병원이 오케스트라에 대한 지원을 결정하면서 정식 단원이 됐다.

병원이 장애를 가진 음악 전공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해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건 국내에서 첫 사례다. 단원들은 하루 4시간씩 주 5일 근무제로 공연과 합주 연습을 하면서 월급은 물론 4대 보험 등의 복지 혜택을 받는다. 매주 수요일에는 병원 로비에서 연주를 하며 환자와 가족, 의료진들을 음악으로 위로해주고 있다. 공연이 없는 날은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합주 연습을 한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학교나 복지시설 등으로 나가서 공연하는 외부 공연도 1년 동안 80차례 넘게 진행했다.

플루트를 연주하는 박종호 단원(23)은 “기뻐하는 관객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며 “앞으로도 매일 친구들과 연습하고, 연주도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성준 지휘자(41)는 “두 달째 매일 3시간씩 클래식 곡과 드라마 주제곡 등을 연습해 왔다”며 “음악 연주를 통해 단원들이 더욱 밝아졌고, 자존감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날 공연을 하는 단원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부모들도 가슴 벅차했다. 박 단원의 어머니 김모 씨(49)는 “아들이 매일 출근을 하는 일터가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제 몫을 해내는 모습을 보면 자랑스럽고 꿈만 같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줄어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케스트라 결성을 주도하고 단장을 맡고 있는 창원한마음병원 하충식 이사장(62)은 “앞으로도 이들이 사회에서 당당히 자립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고, 성장을 도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