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사회

[단독]‘월북 판단’ 브리핑했던 해경 간부 “지휘부 검토 거친 문안 발표”

입력 2022-06-21 03:00업데이트 2022-06-21 03:00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논란]
윤성현 당시 본청 수사정보국장
“지휘부, 수사자료 바탕 몇번 검토”
서해에서 피살된 공무원 이대준 씨(사망 당시 46세)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던 윤성현 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현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사진)이 20일 당시 발표문에 대해 “지휘부 검토를 거쳐 작성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청장은 이날 오전 부산 동구 청사로 출근하던 중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해경 수사관 3명이 확인한 국방부 자료와 해경 수사팀의 수사 자료를 바탕으로 해경 지휘부가 몇 번의 검토를 거쳐서 작성된 발표 문안을 브리퍼(발표자)로 지정된 제가 국민들께 나름대로 성실하게 답변을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지휘부 등으로 책임을 미루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윤 청장은 이 씨가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지 일주일 만인 2020년 9월 29일 “실종자(이 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건 이틀 후 첫 브리핑은 관할 서장인 신동삼 인천해양경찰서장이 했지만 중간수사 결과 발표는 윤 청장이 맡았다.

윤 청장은 현 정부 들어 해경의 최종 수사 결과가 월북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바뀐 것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사적 의견을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가 월북했다고 하기엔 근거가 부족했던 것 아니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청와대 등 윗선의 개입 여부 등에 대해선 “여기서 그냥…”이라고만 답한 뒤 집무실로 향했다.

반면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간 수사 발표 당시 발표 문안을 윤 청장이 당시 이끌었던 해경 본청 수사정보국이 작성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해경 본청과 인천해양경찰서 등을 압수수색하며 관련 자료를 확보했으며, 윤 청장과 당시 수사정보국 직원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 조사 결과 수사정보국 직원 가운데 ‘상부의 지시를 받아 발표문을 작성했다’고 진술한 직원은 없었다고 한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청장이 이끌던 본청 수사정보국이 북한군 간 교신 감청 내용 등 군의 특수정보(SI)를 확인해 발표 문안을 작성했고,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가 여러 차례 검토한 뒤 윤 청장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진 월북으로 단정하는 듯한 발표를 누가 주도했는지, 그 과정에서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는지 등은 감사원 조사와 검찰 수사 등을 거쳐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사회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