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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신문과 놀자!/이야기로 배우는 쉬운 경제]1923년 독일에서 한 달 만에 신문 가격이 1000배 오른 이유는?

이철욱 광양고 교사
입력 2022-05-20 03:00업데이트 2022-05-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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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 패배 배상금 문 독일, 과도한 화폐 발행으로 물가 폭등
통화량이 거래 상품보다 많으면 물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발생
화폐 발행-관리하는 중앙은행
과도한 인플레이션 막기 위해 금리 인상해 통화량 조절해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한 독일인이 가치가 폭락한 지폐를 벽지로 바르고 있다. 당시 엄청난 인플레이션으로 지폐로 벽지를 사는 것보다 지폐를 벽지로 쓰는 것이 더 저렴했다. 동아일보DB
뉴스에 최근 ‘인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거의 매일 등장합니다. 인플레이션은 ‘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말합니다. 어느 한 품목의 가격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 품목의 가격들이 오를 때 ‘물가가 오른다’고 말하곤 하지요. 물가(物價)는 마치 여러 과목의 점수를 모아 평균 점수를 산출하듯이 여러 상품의 가격을 평균을 내듯 종합해 산출합니다. 이를 ‘물가 지수’라고 부릅니다.

물가가 오르면 같은 물건이라도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구입할 수 있습니다. 물건의 가치가 올랐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돈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뜻도 됩니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경제적 거래의 대상인 실물의 양에 비해 화폐의 양이 많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 한 달 새 1000배 비싸진 바이마르 신문값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직후 1920년대 바이마르 공화국이 출범했습니다. 막대한 전쟁 배상금을 물어야 했기 때문에 정부는 화폐를 남발했습니다. 단적인 예로 1922년 5월 1마르크였던 신문 한 부 가격은 1년여 후인 1923년 9월 1000마르크로 1000배나 뛰었습니다. 한 달 후 100만 마르크로 다시 1000배나 더 비싸집니다. 극심한 경제난으로 국민들은 고통 받았고 바이마르 공화국은 근간부터 흔들리게 됩니다. 이를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한국은행 로비에 걸려 있는 ‘물가안정’ 현판. 인플레이션에 맞서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한국은행의 큰 과제다. 동아일보DB
화폐는 국가가 관리하는 중앙은행이 발행합니다. 화폐 발행을 늘리면 화폐 가치는 떨어지게 되고 물가는 오릅니다. 반대로 화폐 발행을 줄이면 물가는 안정되지요.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은 한국은행입니다. 모든 원화는 한국은행이 발행합니다.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곧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원화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울 남대문로의 한국은행 로비에는 ‘물가안정’이라고 적힌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국민의 경제 활동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이기도 하고,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화폐의 가치를 폭락시키지 않겠다는 의지이기도 하지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어려워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전 세계 많은 정부가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습니다. 그 결과 화폐의 양이 많아지고, 통화 가치가 하락하며 최근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의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렇다면 통화량만 조절하면 인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은 경제가 너무 좋아 경기가 과열될 경우에도 발생합니다. 생산과 소비가 왕성해 취직도 잘되고, 원료나 부품들도 잘 팔리게 되면 물가가 오르게 됩니다. 이를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국민 소득도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물가 상승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은 인플레이션입니다.
○ 인플레이션 잡기 위한 중앙은행의 처방은?
매우 난처한 인플레이션도 있습니다.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국민소득은 감소하면서 물가는 오르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를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1970년대 주요 산유국이 있는 중동 지역의 정치 불안과 전쟁 등으로 2차례에 걸쳐 국제 석유 가격이 급등하게 됩니다. 요즘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석유는 주요 교통 수단의 연료이며, 모든 공산품 생산 과정에 들어가는 필수 원자재입니다. 석유 가격이 급등하자 기업들은 높은 생산 비용 때문에 생산품의 판매 가격을 높이게 되고 소득 증가 없이 물가만 높아지니 상품도 잘 팔리지 않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를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부릅니다. ‘불황 속의 인플레이션’이라는 의미의 합성어입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세계의 주요 공장들이 생산을 멈추는 사태가 속출했습니다. 이로 인해 주요 원자재들이 제때 공급되지 못했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적정한 선을 넘는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문제입니다. 통화 가치가 불안정하게 되면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어렵게 되고, 경제적 부가 불공평하게 재분배되기 때문이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중앙은행은 시중 화폐의 양, 즉 통화량을 감소시키는 정책을 실시합니다. 물가 상승은 통화 가치 하락을 의미하는 것이니 통화량을 줄여 통화 가치를 올리겠다는 뜻입니다.

대표적인 정책이 금리 인상입니다. 수많은 기업은 은행에서 자금을 대출해 사업을 운영합니다. 그 은행들은 중앙은행에서 많은 자금을 빌려옵니다. 그런데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적용하는 금리를 올리게 되면 평소보다 이자를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돈을 덜 빌리게 됩니다. 결국 시중의 통화량이 감소하게 되는 효과를 거두게 됩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높이는 즉시 물가가 안정되지는 않습니다. 상류에서 댐 수문을 닫아 방류량을 줄인다고 해서 바로 하류의 수위가 내려가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시차가 존재합니다. 약 18개월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 약에 부작용이 있듯이 금리 인상 정책에도 부작용이 따릅니다. 대부분의 기업과 은행, 투자사들은 빌린 돈이 많습니다. 금리가 오르게 되면 이들의 이자 비용이 증가하게 됩니다. 최근 인플레이션의 정도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판단한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한다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주가가 출렁이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과도한 인플레이션’은 예방이 중요하고, 기업과 국민 모두의 인내심을 요구하는 경제 문제입니다.

이철욱 광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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