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다 달라지는 ‘한강뷰 맛집’… 왕의 쉼터, 시민 휴식 공간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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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스트리트]〈19·끝〉 동작구 용양봉저정공원길

어린이날인 5일 한강이 한눈에 보이는 서울 동작구 용양봉저정공원길에서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어린이날인 5일 한강이 한눈에 보이는 서울 동작구 용양봉저정공원길에서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4일 오후 서울 동작구 지하철 9호선 노들역 3번 출구를 나와 한강 쪽으로 10분 정도 걷다 보니 ‘용양봉저정공원’ 입구가 나타났다. 불과 몇 분 전까지 ‘도심 한복판을 걸은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이질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짙은 녹색의 나무들이 공원을 감싸고 있었고, 자연과 조화를 이룬 놀이터와 주민 쉼터도 눈에 들어왔다. 이 일대는 야산으로 오랜 기간 방치돼 있었는데, 시민공원으로 새 단장을 한 뒤 지난해 4월부터 시민들에게 개방됐다고 한다. 둘러본 이후 소감은 한마디로 ‘흙 속의 진주’를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 걸을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

‘용양봉저정’은 시민들에게 조금은 낯선 이름이다. 조선 22대 왕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가 있는 경기 화성시까지 가는 능행 행차 도중에 한강을 건넌 뒤 잠시 들르던 행궁인데,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6호로 지정돼 있다. 문화재지만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다.

용양봉저정이라는 이름은 이곳에서 보는 한강 이북 산봉우리가 마치 ‘용이 머리를 들며 솟아오르고 봉황이 높이 날아오르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 공원 길을 다니며 주변 풍경을 보면 왜 이곳에 왕의 쉼터가 조성됐는지 알 수 있다.

용양봉저정공원의 매력은 전망대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서서히 드러났다. 조금 올라가다 보면 푸른 나무 사이로 한강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의도 63빌딩을 포함해 잠실 롯데월드타워, 남산타워 등 서울의 랜드마크 상당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꼭대기 전망대에선 눈앞을 가리는 것 없는 완전한 한강 뷰를 만끽할 수 있다. 여의도나 잠실에서 바라보는 한강의 풍경과는 또 다른 감흥이 있었다. 생각보다 경사가 가파르지 않기 때문에 정상까지 금방 오를 수 있지만 ‘한강 뷰 맛집’인 만큼 시간을 두고 천천히 산책을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지금은 노들고가차도 때문에 한강 일부가 가린 모습이지만 올 6월 고가 철거 공사를 시작해 연말까지 모두 철거할 예정이라고 하니 용양봉저정에서 정조가 바라보던 한강의 풍경을 내년쯤이면 시민들도 온전히 만끽할 수 있게 된다.
○ ‘뷰 맛집’ 된 옛 경로당
하늘전망대를 지나 반대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THE 한강’이라는 2층 카페를 만날 수 있다. 원래 경로당이었지만 인근 동네와 접근성이 좋지 않아 문을 닫은 채 10년 넘게 방치되던 곳을 카페로 리모델링했다. 동작구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된 지역 청년이 카페를 운영한다. 동작구 관계자는 “과거에는 아무도 찾지 않던 이곳이 이제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서울 시민들이 사랑하는 대표 쉼터가 됐다”면서 “지역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페 바로 옆에는 공연 등을 할 수 있는 야외공간이 있는데 해질 무렵에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고 한다. 인근에 제2호 청년카페 조성공사도 한창이다.

카페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오래된 좁은 골목길로 낡은 집들이 모여 있다. 조금은 가파른 길을 천천히 내려가며 골목길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동작구는 앞으로 이곳을 특화거리로 조성할 예정이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용양봉저정공원은 한강과 남산의 아름다운 경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며 “왕의 쉼터였던 이곳이 앞으로 서울 시민들의 대표적인 휴식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동작구#용양봉저정공원길#한강뷰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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