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4억 횡령’ 우리은행 직원 동생도 범행 가담… 긴급체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9일 14시 08분


코멘트
뉴시스
은행자금 614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우리은행 직원의 친동생이 공범 혐의로 29일 긴급 체포됐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28일 오후 9시 30분경 우리은행 본점 차장급 직원 A 씨의 동생 B 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체포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은 앞서 같은 혐의로 긴급체포됐던 A 씨가 B 씨와 범행을 모의한 정황을 파악했고, B 씨가 A 씨가 횡령한 금액 중 일부 자금을 사용한 것을 확인했다. B 씨는 우리은행 직원은 아니다.

B 씨는 A 씨가 자수하고 약 4시간 뒤인 28일 오전 2시경 경찰서로 찾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진술서 작성을 거부하는 등 범죄 사실을 밝히지 않고 함구하면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경찰은 A 씨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B 씨의 범행 연루 사실을 파악하고 같은 날 B 씨에 대해서도 출석을 요구했다. B 씨는 이날 오후 경찰에 출석했다가 긴급 체포됐다. 현재 B 씨는 “변호사가 오면 진술하겠다”는 입장이라 조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9일 오후 중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A 씨는 우리은행 기업개선부에서 근무하면서 2012년 10월과 2015년 9월, 2018년 6월 등 3차례에 걸쳐 은행자금 614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우리은행이 2010~2011년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을 주관할 때 우선협상대상자이던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으로부터 받아놓은 계약금을 횡령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매각이 무산된 후 우리은행은 몰수된 계약금을 별도 계좌에서 관리해왔다.

엔텍합을 소유한 이란 다야니 가문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을 제기했고 2019년 우리 정부가 패소하면서 계약금을 돌려줘야하는 상황이 됐다. 미국의 금융 제재로 이란으로 송금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우리은행은 최근 미국의 허가로 송금이 가능해지면서 예치금 반환을 준비하던 중 횡령 사실을 발견했다. A 씨는 27일 우리은행이 고소장을 접수하자 같은 날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횡령한 자금을 고위험 파생상품 등에 투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경찰은 피해 금액을 전액 회수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29일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동시에 동생 B 씨의 범행 가담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A 씨와 B 씨가 횡령한 금액을 구체적으로 어디에 사용했는지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측은 “자체 조사를 진행하면서 경찰 조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